(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폐막을 앞둔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의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 중문판은 15일 베이다이허 활동이 말미에 접어들면서 이번주부터 중국 고위 지도자들이 본격적으로 공개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동안 원로들의 영향력 약화와 함께 베이다이허 회동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있었지만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두고 열린 이번 회의는 중국 내부의 권력투쟁 동향을 관찰할 수 있는 포인트로 큰 관심을 받았다.
시 주석의 집권 2기가 시작되는 올 가을 19차 당대회는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단 구성과 함께 시 주석의 뒤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는 회의로 주목을 받았다.
방송은 미국에 서버를 둔 중문매체 둬웨이(多維)망을 인용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는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돌연한 낙마가 초래한 권력공백 문제가 논의됐어야 했다고 전했다.
전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낙점해놓은 격대 후계자인 쑨 전 서기의 면직은 중국 공산당의 권력승계 관행에 큰 변수를 초래했다.
하지만 홍콩 동방일보는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퇴임 원로지도자들의 정치영향력이 예전만 하지 못했다며 관심이 집중됐던 19차 당대회의 인사 문제도 베이다이허 회의의 초점이 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쑨 전 서기 해임과 건군절 열병식 등을 통해 시 주석이 이미 당내에서 권위와 지위를 공인받고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을 뛰어넘어 마오쩌둥(毛澤東) 반열의 지도자로 인정받았다는 것이 동방일보의 분석이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 주석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무대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베이징,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산시(山西), 랴오닝(遼寧) 등의 지방 서기들이 일제히 '시 핵심'을 주창하며 잇따라 시 주석에 대해 충성 맹세를 했다.
이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의 절대적 지위와 권력을 보강해주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게 둬웨이망의 분석이다.
정치평론가 후핑(胡平)은 "이번 회의가 시 주석의 권력집중을 견제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장쩌민의 여동생이 최근 '시 핵심'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점으로 미뤄 고령의 장쩌민이 차기 인사문제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오는 2022년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20대)에서 임기연장을 노리고 있을 조짐이 한층 뚜렷해졌다고 RFI는 전했다.
아울러 격대로 후계자를 지정하는 징검다리식 권력이양 제도도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내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방송은 전했다.
심지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왕 서기의 직위가 더 올라가 국무원 총리를 맡게 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사평론가 가오신(高新)은 중국의 경제금융 분야마저 이미 시 주석이 장악한 만큼 왕 서기를 총리로 배정해 자신의 권력을 나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또다른 차기 주자 후보인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가 최고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은 불투명하긴 하지만 시 주석이 후진타오와의 정치연대를 의식해 그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올릴 가능성은 큰 편이라고 가오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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