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북제재 단행 영향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국령 괌을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미국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핵전쟁 벼랑 끝'에서 한발 물러났다고 평가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5일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한 직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이 강경한 "수사(rhetoric)를 완화"하고, "핵전쟁 벼랑 끝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김정은이 괌을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거둬들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미제의 군사적 대결 망동은 제 손으로 제목에 올가미를 거는 셈이 되고 말았다"면서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미국의 예방전쟁 경고에 전면전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 전략자산의 근거지인 괌에 대한 포위사격 방안을 이달 중순까지 최종 완성해 김 위원장의 결재를 거쳐 미사일 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해결책'까지 언급하는 등 북미 간 격한 설전이 이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도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일보 후퇴'는 일종의 '반전'이라고 볼 수 있다.
WSJ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중국이 대북제재를 대폭 강화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는 데 주목했다.
중국은 14일 오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당장 15일부터 석탄과 철, 수산물 등 일부 북한산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의 수출액은 3분의 2가량 줄어들게 된다.
WSJ은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를 조사하도록 하는 등 무역을 고리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한 중국 정부 소식통은 "이번 대북 조치는 (미중간) 다시 시작된 무역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은 북미 간 긴장 수위는 다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는 21일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된 것을 고려하면 긴장은 또다시 급속히 높아질 수 있다고 스티븐 너퍼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는 내다봤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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