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내산 계란에서도 맹독성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돼 식품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15일 0시부터 전국의 모든 산란계(알낳는 닭) 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단하고 전수검사에 들어갔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슈퍼, 편의점, 온라인쇼핑몰도 고객안전 차원에서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란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지난달 20일 벨기에에서 피프로닐 검출 계란이 처음 발견된 이후 네덜란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17개국과 홍콩에서 '살충제 계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계란은 대부분의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식재료로 쓰일 뿐 아니라 빵이나 과자 등을 만들 때도 필수 원료로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살충제 계란'의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식품부는 14일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하다가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8만 마리 사육 규모 산란계 농장의 계란에서 피프로닐을 검출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기도 광주시의 6만 마리 사육 규모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 '비페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피프로닐은 개·고양이의 벼룩·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 성분으로 관련법상 닭에는 사용이 아예 금지된다. 피프로닐 검출 기준치가 국내 식품공전에 따로 없는 이유다. 남양주시 산란계 농장에서 금지된 성분이 검출된 것도 문제지만 검출된 양 역시 kg당 0.363mg으로 국제 기준치(kg당 0.02mg)를 초과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광주 농장에서 검출된 비페트린은 닭에게 사용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물질이다. 농식품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3일 이내에 전수검사를 마치기로 했다. 검사에 합격한 농장의 계란 출하는 허용하되 불합격 농장에 대해서는 검사 및 유통정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려 유통 중인 오염 계란을 즉시 수거하도록 할 방침이다.
피프로닐은 벌레의 중추신경계를 파괴하는 물질로 사람에게 두통이나 경련, 감각 이상, 장기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고양이 등 사람이 직접 섭취하지 않는 동물의 진드기를 박멸하는 데 사용할 수 있지만, 닭처럼 사람이 식용하는 동물에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닭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더욱이 해당 농장은 친환경 인증까지 받은 농장이라고 한다. 친환경 농장이 이러니 얼마나 많은 산란계 농장에서 피프로닐 살충제를 썼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전수 조사 결과 피프로닐 사용이 한 두 농장이 아니라 여러 농장에서 암암리에 빈번하게 사용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질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여파로 치솟았던 계란값이 진정되기도 전에 이번 사태로 계란값이 다시 오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살충제 계란의 일차적인 책임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농장 측에 있다. 진드기가 기생하는 닭은 스트레스를 받아 산란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많은 사람이 먹는 계란을 오염시킬 수 있는, 사용 금지된 살충제를 닭의 몸에 뿌려서야 되겠는가.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국민의 식탁을 오염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것은 거의 한 달 전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나서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소집할 만큼 파장이 컸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나 묻고 싶다. 살충제 계란이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신속하게 수거해 폐기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할 일이다. 국민을 더는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계란 수급 상황도 모니터해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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