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협정…미국산 구매 강요, 양국관계 도움 안돼"
"김현종 본부장 매우 존경…가장 똑똑한 무역 협상가 중 한명"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완벽한 FTA는 없다."
태미 오버비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매우 균형 잡힌 협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 상의는 300만개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강력한 로비 단체다.
오버비 부회장은 한미 FTA 개정에 대한 한국 정부와 재계 생각을 듣고자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오버비 부회장은 "미국 재계는 한미 FTA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알아야 한다"며 "미국 기업들은 재협상(renegotiation)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FTA를 상호 존중하는 방식으로 업데이트하고 현대화할 방안이 있으면 지지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제대로 작동하는 FTA를 망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언급하고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한미 FTA를 대폭 개정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규제의 일관성'과 일부 이행의 문제 등 개선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한미 FTA가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과 다르게 생각한다"며 "주류 경제학자 대부분도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미국의 낮은 저축률과 한국의 경기 침체 등 거시 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소비 지향적이라 한국산 제품을 많이 수입했지만, 한국은 소비 여력이 줄면서 미국산 수입도 줄었다는 의미다.
또 무역적자는 미국의 서비스 분야 흑자와 한국 유학생과 관광객이 미국에서 쓰는 돈,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드는 한국 기업의 미국 직접투자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적자는 중요한 숫자이지만 무역협정의 성공을 평가하기에 적절한 잣대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FTA의 경제적 효과를 먼저 분석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개정을 고려하기 전 현황에 대한 공통된 시각을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매우 현명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경제협력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쓰리엠(3M), 씨티그룹, 메트라이프 등 미국 기업과 GS칼텍스, 두산, SK 등 한국 기업을 성공사례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없으면 미국 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FTA로 인해 한국은 매우 안정적인 투자처가 됐다"고 말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미국이 다른 국가에 미국산 제품 구매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산 제품 구매를 확대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를 발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먼저 암참이 전 세계 118개 암참 중 하나로 전체 미국 재계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서 "미 상의나 한미재계회의는 그런 방안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건 자유무역이 아닌 관리무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 무역협정을 원한다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시장을 지렛대로 파트너로부터 더 좋은 거래를 쥐어짜겠다고 했다"며 "만약 내가 파트너라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쥐어짜려는 상대방과 협상을 왜 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한 경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한국 정부에 세금으로 미국산 제품을 사라고 요청해서는 안 되고 그건 양국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김 본부장과 일한 경험이 있고 매우 존경한다"며 "그는 생존하는 가장 똑똑한 무역 협상가 중 한 명으로 똑똑하고 창의적이며 공격적"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이 무역협정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국가가 된 이유 중 하나가 김 본부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김 본부장으로부터 배우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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