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저격수' 슈뢰더의 러시아 구설에 슐츠 추격전 '찬물'

입력 2017-08-15 18:41  

'메르켈 저격수' 슈뢰더의 러시아 구설에 슐츠 추격전 '찬물'

러 국영가스회사의 이사직 제안에 비판여론 비등…사민당 내부도 '부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저격수로 떠오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놓고 사회민주당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 이전에 7년간 독일을 이끈 사민당 소속의 슈뢰더 전 총리가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의 이사에 지명되면서 사민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슈뢰더 전 총리를 응원군으로 내세워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에 추격전을 벌이려는 사민당으로서는 큰 암초에 부딪힌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의 맞수인 마르틴 슐츠 당수는 애초 메르켈 총리가 4연임을 향해 독주하는 총선판을 흔들기 위해 슈뢰더 전 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슈뢰더 전 총리는 지난 6월 도르트문트 전당대회에서 메르켈 총리를 겨냥해 "국가 장래에 관한 논쟁을 체계적으로 회피한다"라며 "가장 큰 위험은 권력의 오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에는 메르켈 총리가 악재로 작용해 온 이른바 '디젤 스캔들'의 수습에 적극 나서지 않고 3주간의 휴가를 보낸 데 대해 비판하면서 디젤 문제의 총선 이슈화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슈뢰더 전 총리가 최근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 이사직을 제안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민당의 계획이 틀어지는 분위기다. 이사직의 1년 연봉은 600만 유로에 가까운 거액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슈뢰더 전 총리가 2005년 총선에서 패한 뒤 10여 년간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대주주로 있는 에너지컨소시엄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친(親) 푸틴' 행보를 벌여 눈총을 받아온 상황에서다.

15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빌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사민당 내부에선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며 격앙된 반응도 표출되고 있다. 사민당 관계자들은 대외적으로 슈뢰더 전 총리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둥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슐츠 당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뢰더 전 총리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민당 사무총장인 후베르투스 하원의원은 전날 "그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개인적인 사항"이라며 "슐츠 당수는 개인적인 영역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도 슈뢰더 전 총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 녹색당 당수인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유럽의회 의원은 "부끄러움이 없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빼앗긴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멜니크 주독일 대사는 "전 총리와 사민당의 주요 구성원들이 크렘린의 우두머리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여기서 전 총리의 개인적인 미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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