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3시간전 입국해 리허설 못해…팬들과 소통도 부족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 15일 광복절에 열린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24)의 첫 내한공연이 아쉽게 마무리됐다.
입국 단계부터 삐걱댔다. 일본에서 지난 10일과 12∼13일 공연한 뒤 14일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뤄졌다. 그란데 측에서 이른바 '공항 샷'을 찍히지 않기 위해 비공개 입국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란데는 한국 공연을 겨우 3시간 앞둔 오후 5시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왔고,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리허설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그란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화장실에서 노래를 부르는 셀프 동영상을 올렸다. 위치 태그에는 공연장 옆의 '구로 성심병원'이 떴다.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 관계자는 "더 일찍 오려고 했는데 폭우 때문에 기상 상황이 나빠 비행기가 착륙을 못 했던 것"이라며 "리허설은 못 했지만 아티스트 본인이 사운드 체크는 다 마쳤다"고 해명했다.
관객들에게 판매된 티켓 중에는 리허설 관람 혜택이 포함된 65만원 상당의 티켓도 있었지만, 리허설이 취소되자 일부 관객은 환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65만원짜리 VIP 티켓은 그란데 측 미국 매니지먼트사에서 미국 사이트를 통해 판매했다"고 말했다.
반면 관객들은 일찌감치 공연장인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앞으로 길게 줄을 늘어섰다. 관객 입장은 삼엄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현대카드 측은 사전에 공항 수준의 보안검색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란데의 지난 5월 22일 영국 맨체스터 공연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무기류, 팻말, 셀카봉, 접이식 의자, 캔, 페트병이 반입 금지됐다. 이날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음에도 '장우산' 역시 금지 품목이었으며,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는 불투명한 재질로 된 가방은 물품보관소에 맡겨야 했다.
관객들이 짐을 맡기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데 시간이 지연되면서 공연은 예정보다 20분 늦게 시작됐다.
립싱크 없이 라이브로 꽉 채운 그란데의 공연은 화려했다. '렛 미 러브 유'(Let me love you), '포에버 보이'(Forever boy), '뱅뱅'(Bang bang), '프라블럼'(Problem),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등 20여 곡을 연달아 선사했다.
그러나 소통은 제한적이었다. 퍼포먼스 중간중간 "좋은 시간 보내고 있나요", "많이 와줘서 기쁘다" 등 짧은 영어 인사를 건네는 게 전부였다. 광복절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다.
홍보 단계에서 인터뷰도 추진하지 않았고, 늦은 입국으로 사전 팬미팅마저 취소된 만큼 무대가 유일한 소통 창구였던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그란데 측은 주최사가 언론사에 배포할 현장 사진 촬영도 보안을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지난 4월 내한했던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는 등 팬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콜드플레이 콘서트 역시 현대카드가 주최했던 행사다.
그럼에도 관객들의 매너는 훌륭했다. 스탠딩석과 2층, 3층 지정석까지 꽉 채운 2만 관객은 형광봉과 휴대전화 불빛을 흔들며 환호하고 응원을 보냈다.
그란데는 공연을 마친 뒤 인스타그램에 "서울은 아름다웠다. 오늘 밤 관객들의 멋진 에너지에 감사하다"고 글을 남겼다.
'2017 데인저러스 우먼'(2017 Dangerous Woman) 투어를 진행 중인 그는 이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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