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기술 北유출 의혹 둘러싸고 러시아-우크라 책임공방(종합)

입력 2017-08-16 05:46   수정 2017-08-16 11:20

탄도미사일 기술 北유출 의혹 둘러싸고 러시아-우크라 책임공방(종합)

우크라 "러시아에 공급한 로켓 엔진이 北으로 유출됐을 가능성"

러는 "일자리 찾아 北에 간 우크라 기술자들이 엔진 복제했을 것"

(모스크바·브뤼셀=연합뉴스) 유철종 김병수 특파원 =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의 탄도미사일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됐을 가능성에 관한 미국 언론 보도를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병합 사태 이후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는 두 나라가 미사일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며 각자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 북한이 지난달 시험발사에 성공한 ICBM급 미사일 엔진을 블랙마켓(암시장)에서 조달했으며, 공급처로 과거 러시아와 연계된 우크라이나 로켓 생산업체 '유즈마슈'가 지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우크라이나 당국은 즉각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유즈마슈 측은 성명을 통해 NYT 보도를 반박하면서 "우주 사업이든 국방 사업이든 북한의 미사일(로켓) 프로그램과 한 번도 연계된 적이 없다"면서 "우크라이나가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유즈마슈는 군사용 미사일이나 미사일 복합체를 생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도 "우크라이나 국방, 항공·우주 기업들은 북한에 무기나 군사기술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로켓 기술의 북한 유출 정보는 우크라이나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러시아 선동가들에 의해 꾸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15일엔 우크라이나 우주청 청장대행 유리 라드첸코가 가세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에 장착된 엔진에 대해 "그런 엔진들은 2001년까지 우크라이나의 유즈마슈 공장에서 우주로켓용으로 제조됐다"면서 러시아 우주로켓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미사일에 사용된 RD-250 엔진은 러시아 우주로켓 사이클론-2, 사이클론-3에 사용됐다며 모두 233개의 로켓이 생산돼 우주발사에 사용됐다고 부연했다.

라드첸코 청장은 "우크라이나 당국의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금도 7~20개의 사이클론 로켓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엔진과 설계도를 갖고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 로켓이나 엔진이 북한으로 이전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미사일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됐을 가능성을 부각했다.

러시아 '국가안보사회응용문제연구소' 소장 알렉산드르 쥘린은 15일 자국 TV 방송 R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으로 간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제 미사일 엔진을 복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쥘린 소장은 "지난해 3월 30일부터 6월 1일 사이에 (우크라이나 국영 로켓 제작 업체) 유즈마슈 출신 엔지니어 6~10명 정도가 북한으로 일하러 갔으며, 몇 년 전에도 12~16명 정도의 우크라이나 전문가가 북한으로 갔다"면서 "이들의 머릿속에 모든 것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를 찾아 북한으로 간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이 현지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도왔다는 주장이었다.

군수산업을 책임지는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엔진 복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원제품이나 혹은 상세한 설계도면이 있어야 하며 또 엔진을 제작할 능력이 있는 우크라이나 전문가가 없어선 안 된다"면서 "아주 엄격한 국제적 통제 시스템을 우회해 밀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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