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입 난민 4.1%↓…난민억제 '투 트랙' 전략 효과 보이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가 지중해를 통해 자국으로 물밀 듯 유입되는 난민 행렬을 억제하기 위한 '투 트랙' 전략이 최근 효과를 발휘하며 꺾일 줄 모르던 난민 증가세가 몇 년만에 방향을 틀었다.
이런 가운데, 난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탈리아 내각의 장관이 난민 문제 해결을 조심스럽게 낙관해 주목을 받고 있다.
마르코 민니티 내무장관은 15일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 유입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우리는 여전히 터널 안에 있고, 그 터널이 길지만, 처음으로 터널 끝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무부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들어온 난민은 9만7천293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 감소했다.
당초 올 들어 난민 수가 계속 증가 곡선을 그린 탓에 올해 유입되는 전체 난민 수는 역대 최다인 작년(약 18만1천명)보다 대폭 뛴 25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8월 들어 첫 보름 동안 도착한 난민 수는 전년 동기간보다 7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8월이 항행 조건이 좋아 가장 많은 난민이 몰리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뜻밖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결과는 이탈리아가 불법 난민 억제를 위해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대한 지원 강화,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난민 구조 비정부기구(NGO) 압박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본격화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2014년 이래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넌 아프리카, 중동 난민 60만명을 받아들인 이탈리아는 몰려드는 난민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 총선을 앞두고 난민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정치적인 부담이 가중되자 최근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인력을 훈련시키고, 최신 장비를 제공하는 등 난민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달 말에는 리비아 해역에 이탈리아 해군 함정을 파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마련한 뒤 의회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리비아 해역에 해군 순찰함 등을 보내기도 했다.
민니티 장관은 이날 이와 관련,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지중해의 반대쪽에서 개입하는 것도 중요하며, 우리는 리비아에 집중해왔다"며 "어려운 과제처럼 보였지만, 이제 어느 정도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후에는 리비아로 송환되는 난민들의 열악한 생활 조건을 개선하는 데에도 관심을 쏟고, 불법 난민이 드나드는 중추 도시인 사브라타와 조와라에 원조도 제공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내적으로는 지중해 난민구조 NGO가 지켜야 할 수칙을 담은 '행동 규약'을 마련, 이에 서명하지 않는 단체들은 이탈리아 항만 이용을 금지시키는 등 NGO 옥죄기에도 나섰다.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는 NGO는 올 들어 지중해에서 목숨을 건진 전체 난민의 약 3분의 1에 대한 구조를 수행할 만큼 그 역할이 커지고 있으나, 이탈리아는 일부 단체들의 경우 너무 적극적으로 난민 구조 활동을 펼침으로써 불법 난민을 부추기는 동시에 불법 난민 밀입국 단체의 배를 불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 당국은 이에 따라 이탈리아 경찰을 각 NGO의 구조용 선박에 동행시키고, 해상에서 난민들을 다른 선박에 옮겨 태우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행동 규약'을 마련했고, 현재까지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주요 NGO 8개 가운데 5개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는 '행동 규약' 도입으로 인해 지중해에서 사망하는 난민 수가 증가하고,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적발돼 송환되는 난민들은 리비아 현지의 수용소에서 감금, 고문, 성폭행, 강제노역 등의 인권 유린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티니 장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이탈리아와 같은)민주 국가는 난민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뿐"이라며 "통제되지 않은 대량 난민은 한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이탈리아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계속 지중해에서 (난민)구조에 헌신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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