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 시위에 기름 부은 트럼프…여론 다시 악화

입력 2017-08-16 10:19   수정 2017-08-16 15:37

'백인우월' 시위에 기름 부은 트럼프…여론 다시 악화

"좌파도 폭력적" 양비론…CEO 5명, 항의 뜻으로 자문단 사퇴·정치권도 격앙

극우단체 "용기있는 발언" 환영 메시지…주말 대규모 집회 충돌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폭력을 규탄한다"(12일) → "비난 대상에는 극단주의 단체들이 포함된다"(13일)→"인종주의는 악이다"(14일) → "두 편에 다 책임이 있다"(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를 두고 '오락가락' 발언을 하고 있다. 사태의 책임을 백인우월주의자에게 분명하게 따지지 않았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자 이틀 만에 '백기'를 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튿날 다시 인종차별 세력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직을 맡았던 주요 기업 CEO(전문경영인)들의 사퇴가 계속되고 있고,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격앙된 어조로 "한 이야기(폭력사태)를 놓고 두편이 있다"며 양비론을 제기했다.

그는 12일 사태 발생 직후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벌인 폭력시위뿐 아니라 맞불 시위를 벌인 반대편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의 이날 뉴욕 기자회견 발언은 사흘 전 썼던 '여러 편'이라는 표현을 '두 편'으로만 바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안우파'를 공격한 '대안좌파'를 어떤가. 그들은 죄가 없는가"라고 반문한 뒤 "(나는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끔찍하고 끔찍한 날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은 미국의 인프라산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원고에 없던 답변을 마치 작심한 듯 쏟아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의 발언을 옆에서 지켜보던 참모들의 표정에도 당혹감이 역력했다고 CNN은 전했다.

극우진영에서는 곧바로 환영 메시지가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쿠클럭스클랜)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직하고 용기 있게 '샬러츠빌 사태'의 진실을 말하고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한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수습되는 듯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우월주의 묵인' 논란은 이날 그의 '반전' 발언으로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재계 반발부터 거세다. 그의 발언에 항의해 기업 CEO들의 경제자문단 탈퇴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을 시작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CEO,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 전미제조업연맹(AAM)의 스콧 폴 회장이 '대통령 직속 제조업자문위원단(AMC)'에서 탈퇴했다.

이어 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리처드 트럼카 회장이 15일 "편견과 국내 테러를 용인하는 대통령을 위한 위원회에는 앉아있을 수 없다"며 추가 탈퇴 의사를 밝혔다.

샬러츠빌 사태 이후 AMC를 탈퇴한 위원만 5명으로, 연초 28명으로 시작했던 AMC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정책에 반발, 사퇴와 대체가 이어지면서 그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AMC에 참여하는 CEO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위원회사퇴'(#QuittheCouncil)' 해시태그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속출했다.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위스콘신)은 자신의 트위터에 "분명히 해야 한다. 백인우월주의는 역겹고 편견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모든 것과 반대한다. 도덕적 모호성은 안 된다"라고 썼다.

지난 6월 야구장에서 총격을 당했다가 재활 중인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루이지애나)는 "백인우월주의와 모든 형태의 증오를 물리쳐야 한다"고 트윗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데이비드 듀크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당신의 발언에 환호했다면, 당신은 아주 아주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위대하고 좋은 미국 대통령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추구한다"고 꼬집었다.

이 와중에 사태의 원인이 됐던 '남부연합' 기념물의 철거와 훼손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켄터키주 렉싱턴시는 샬러츠빌 사태를 계기로 애초 예정보다 일찍 남부연합 조형물을 철거하기로 했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남부연합 상징 동상이 백인우월주의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의해 목에 줄이 걸린 채 넘어졌다.

남부연합 상징물 철거에 대항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노예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을 기리는 '링컨 메모리얼(기념관)'에는 'F***(욕설) law(법)'라고 쓴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태의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극우단체들의 공개적인 활동은 대담해지고 있다. 극우단체의 추가 시위가 잇따를 예정이어서 추가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CNN은 이번 주말 전국 주요 도시에서 극우단체들의 집회가 열린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집회는 '구글 행진(March on Google)'으로, 구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를 비롯해 워싱턴DC, 시애틀, 뉴욕, 보스턴 등 9개 도시에서 열린다.

구글이 성차별 내용이 담긴 메모로 작성자 직원을 해고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다만 해고된 직원 당사자는 CNN에 "나는 극우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집회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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