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 상징' 남부연합 동상, 미국 곳곳서 철거 가속화

입력 2017-08-16 10:21  

'인종주의 상징' 남부연합 동상, 미국 곳곳서 철거 가속화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 시위 계기…철거 둘러싸고 갈등 확산 조짐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유혈사태 원인을 제공한 백인우월주의 상징 조형물인 남부연합(Confederate) 동상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이 미국 곳곳에서 활발하다.

지난 주말 샬러츠빌 시 의회가 남부연합 로버트 E.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하자 백일우월주의 단체, 네오나치즘, 대안 우파 단체 등이 연합해 폭력 시위를 벌여 3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지방 정부들은 로버트 E. 리 장군 동상 철거 결정이 촉발한 샬러츠빌 시위 이후 각 지역에 있는 남부연합 상징물 철거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을 상징했던 기념물은 남북전쟁 원인인 노예제와 불평등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인식됐다. 이에 그동안 남부지역을 필두로 미 전역에서 꾸준히 철거 논의가 있었다.

특히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일어난 백인 청년 딜런 루프의 총기 난사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이후 일부 주에서 남부연합기 폐지 법안이 제출되고 기념물 폐지 논의가 본격화했다.


샬러츠빌 시위를 계기로 여러 지방 정부가 동상 등 남부연합 상징물을 공공장소에서 철거할 예정이거나 철거를 검토하고 있다.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015년 전임 주지사가 서명한 기념물의 철거나 재배치를 막는 법안을 뒤집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부연합 동상 이전 비용과 이전 가능한 장소를 알아보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볼티모어에 있는 로저 태니 제5대 연방대법원장 동상 철거를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태니 전 대법원장은 1857년 '드레드 스콧'(Dred Scott) 사건에서 흑인 인권을 부정하고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판결을 내려 남부 입장을 지지했다.

호건 주지사는 "우리는 역사로부터 숨을 수 없지만 숨어선 안 되며, 우리 과거를 제대로 아는 것과 역사의 어두운 장을 미화하는 것을 분명하게 구분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텍사스 주 댈러스·샌 앤토니오, 켄터키 주 렉싱턴, 테네시 주 멤피스, 플로리다 주 잭슨빌 등이 비슷한 계획을 진행한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나 남부연합 참전용사 후손들이 반대하는 등 남부연합 동상 철거를 둘러싸고 미국 내 갈등이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남부연합 참전용사의 아들들' 단체의 토머스 V. 스트레인 주니어 대표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비난하면서도 "이 동상들은 미국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100여 년 전에 세워졌으며 전체 역사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샬러츠빌 시위 책임을 '여러 편'에 돌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넓은 의미에서 남부연합 동상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주는 로버트 E. 리, 스톤월 잭슨(남북전쟁 당시 남군 장군)이 무너지고 있고 다음 주는 조지 워싱턴, 그다음 주는 토머스 제퍼슨일까? 여러분은 이것이 어디서 멈출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샬러츠빌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해야 하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동상이 있는 곳의 지역사회나 연방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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