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는 중국의 '반식민지' 회피 수단…대미 수교로 중 의존탈피도 계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북한이 미사일로 괌을 공격할지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눈여겨봐야 할 것은 북한이 "중국 전역이 우리 핵미사일의 사정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점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6일 지적했다.
이 신문의 나카자와 가쓰지(中澤克二) 편집위원은 "시진핑을 위협하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북한 고위 간부가 내부적으로 "중국 전역이 우리가 개발한 신형 탄도미사일의 사정에 들어왔다"고 말했다는 극비 정보가 북·중 국경 중국 측 지역에 유포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그런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로 북한이 공개한 영상을 들었다. 5월 21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내륙지역인 평안남도 북창리에서 고체연료를 이용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가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소형 카메라를 탑재, 지상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모습을 공중에서 촬영했다. 북한 방송은 다음 날 꽤 긴 영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영상은 중국 영내의 지형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미사일은 동해에 낙하했지만, 영상은 서쪽을 찍었다는 것이다.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과 랴오둥(遼東)반도가 확실히 보인다. 서쪽은 중국 내해인 발해, 남쪽은 서해다. 여기는 구름이 없다. 발해 서쪽에는 수도인 베이징(北京)이 보여야 하지만 대기오염을 포함한 두꺼운 구름이 시야를 가렸다. 마지막 영상은 앵글을 일부러 베이징 상공으로 옮겨 조준한 듯한 모양이었다"
한반도 안보문제에 밝은 국제관계 소식통은 영상을 본 소감을 이렇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북한은 왜 북한 영내가 아니라 중국영토를 찍은 영상을 굳이 공개했을까. 북한 기지 주변이 군사비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지만, 중국이 반대하는 탄도미사일로 중국을 "몰래 촬영"해 공개한 것은 "혈맹"인 중국에 대한 신의의 문제다.
이 소식통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2, 화성 14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김정은이 이미 양산을 지시한 중거리미사일 북극성2는 베이징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말로서가 아니라 영상으로 그런 의도를 전한 것이 교묘하다. 김정은은 시진핑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중국에 의한 제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레드 라인"을 넘었다며 전례 없는 비난을 퍼부은 건 영상을 공개하기 전이었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전략물자인 석유뿐만이 아니다. 북한 시장에는 중국제 일용품이 넘쳐난다. 중국 없는 북한 주민의 생활은 생각할 수 없는 상태다.
또 다른 중·북 관계 전문가는 "김정은은 중국의 '반식민지'가 되는 걸 피하기 위한 수단이 핵무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갖추면 경제적으로는 맞설 수 없는 중국과도
대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북한이 최종적으로 노리는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도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런 일련의 과정은 중국 자신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유엔에 가입하기 전인 1964년 원폭실험에 성공한 데 이어 67년 수폭실험, 70년에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그 결과가 72년 닉슨의 중국 방문과 국교정상화였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문화대혁명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중국의 상황과 북한의 현재 상황이 비슷하다면서 "북한은 60년대 중국과 똑같은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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