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달걀 가득한데 상하면 어쩌나"…양계농가 망연자실

입력 2017-08-16 14:15   수정 2017-08-16 16:07

"창고에 달걀 가득한데 상하면 어쩌나"…양계농가 망연자실

달걀 출하 금지 이틀째 양계농가 창고마다 산더미

1∼2일 후면 보관장소 부족으로 달걀 신선도 떨어져

(전국종합=연합뉴스) "살충제 파문으로 출하가 막히는 바람에 갓 낳은 달걀을 창고에 쌓아 놓았는데, 신선도가 떨어지면 전량 폐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달걀 출하 전면 금지 이틀째인 16일 충남의 한 양계농장 입구에서 만난 60대 농장주는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조류인플루엔자(AI)를 잘 이겨냈고 30도가 넘는 폭염도 큰 피해 없이 넘겼는데, 살충제 달걀이라니…"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농장주는 "AI 발생 시에는 3개월간 외출하지 못한 채 사실상 감금생활을 하며 버텨냈고, 최근 30도가 넘는 폭염이 찾아왔을 때도 아침저녁으로 닭장에 물을 뿌리며 이겨냈는데, 이번에는 살충제 문제로 달걀 출하가 막혔다"고 망연자실했다.

창고에 쌓여가는 달걀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그는 하소연했다.

산란계 10만마리를 키우는 이 농장은 하루 평균 8만개의 달걀을 생산한다.

하지만 정부의 출하 금지 조치로 이틀째 달걀을 판매하지 못한 채 농장 한편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창고는 출하하지 못한 달걀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이날 저녁까지 양계장에서 달걀을 수거하면 더는 보관할 장소도 없다. 달걀은 낳은 지 하루 이틀이면 출하하기 때문에 별도의 대형 보관창고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선도다.


전날 방역 당국이 살충제 검사를 한다며 달걀을 수거해 갔지만,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농장주는 "하루 8만개가 넘는 달걀이 나오는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란을 보관할 장소가 없다"며 "그동안 신선도가 떨어져 폐기해야 할 상황이 올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 양산에서 산란계 3만여마리를 기르는 또 다른 농장주도 "AI가 수습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살충제 달걀 파동에 따른 심각한 소비 부진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AI 사태로 소비가 크게 떨어졌던 경험을 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주의 한 농장 관계자는 "폭염으로 닭이 알을 잘 낳지 않아 달걀 생산량이 전년보다 20%나 줄었다"며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이 달걀을 사 먹지 않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에 소비가 줄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남의 한 산란계 농장 대표도 "언론에 보도된 살충제를 쓰지 않고 친환경 방식으로 닭을 길러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하지만 전체 달걀 생산농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나빠져 유통이 재개되더라도 판매량이 줄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양계 농민들은 일부 농가의 문제로 전체 농가가 피해받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박규열 양계협회 울산지부장은 "대부분 농가가 잘하고 있는데 일부 농가 때문에 달걀 출하가 막혀 양계농가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농장은 하루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검사를 통과한 농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경기 광주·남양주, 전북 순창지역 농장주의 근심이 크다.

경기 광주의 한 산란계 농장 관계자는 "우리 농장에서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았고 검사도 일찍 받아 안전하다는 결과를 받았지만, 우리 지역 달걀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많이 번졌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AI 발병 사태에서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니 앞으로 추가 계약에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전국 모든 산란계 사육농가 가운데 24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양주 양계농가 달걀에서 살충제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 농가는 경기도 남양주(피프로닐), 경기도 광주(비펜트린 초과검출), 전북 순창(비펜트린 기준치 이하 검출)을 포함해 모두 5곳으로 늘었다.

정부는 부적합 농가들을 상대로 살충제 구매 경위 등을 조사하고 생산·유통 달걀에 대해 유통 판매 중단 조치에 들어가는 한편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 대해서는 증명서를 발급해 정상 유통할 방침이다.

(정회성 장영은 권준우 최병길 이해용 고성식 이승형 한종구 기자)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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