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지침 개선안 마련중"…시민단체 "전면 허용" 주장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재일동포의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무국적자인 조선적(朝鮮籍)들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자유로운 고국 왕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재일동포 2세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7번 방한했던 배안(여) 씨는 "조선적은 북한 국적이 아닌데도 재일 공관에서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등 모욕을 받기도 했다"며 "그게 싫어서 주변의 조선적 중에는 아예 입국 신청을 안 하는 동포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차별이 없어져 편안히 자유왕래를 했으면 좋겠다"고 환영했다.
일본 법무성 통계(2015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배 씨처럼 무국적자여서 고향 방문에 제한을 받았던 조선적 동포는 3만 3천9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0조의 '무국적 동포가 남한을 왕래하려면 여권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여행증명서를 소지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외교부로부터 여행증명서를 받아야만 고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여권이 없는 관계로 여행증명서가 입국 시 사증을 대신한 것이다.
이런 차별과 불편함 때문에 지구촌동포연대(KIN) 등 국내 비정부기구(NGO)와 조선적 동포들은 "조선적 재일동포의 자유로운 입국을 허용하라"고 주장해왔다. 지난달에는 시민단체 위주로 결성된 '조선적 재일동포 입국 실현을 위한 모임'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산하 국민인수위원회에 같은 내용의 정책 제안을 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조선적 동포들의 자유왕래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천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행증명서 발급은 재외공관의 재량에 맡기지만 기본적으로는 외교부 지침에 따르고 있다"며 "새 정부 들어서 발급 제한을 완화했고, 이번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계기로 지침 개선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상구 KIN 사무국장은 "'법률 제10조'는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 무국적 동포의 입국을 보장하려고 명시한 것이었지만 역대 정권은 그 성향에 따라 입국 제한의 근거로 삼아왔다"며 "법 제정의 취지를 살려 조건 없이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적은 북한계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에 관련된 동포와 남한도 북한도 아닌 한반도 통일 조국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무국적으로 남은 동포 등 두 분류로 나뉘어 있음에도 과거 보수 정권에서는 '조선적=총련계'로 보는 인식이 강해 입국을 제한해왔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법 위반 및 남북한 교류·협력 저해, 대한민국의 공익 침해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부가 무국적 재외동포에 대해 여행증명서의 발급 및 재발급을 거부하거나 제한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조선적 동포의 입국 제한을 푸는 '여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일본은 자국 내 잔류 재일동포를 행정 편의상 식민지 시대의 한반도 명칭인 '조선'을 따와 '조선적'으로 분류했고, 이후 '한국'으로 국적을 변경하지 않은 사람들은 무국적인 조선적으로 살고 있다.
이들의 여행증명서 발급률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2008년 99∼100%였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2년 45.4%에 그쳤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비슷하게 입국을 제한해 2016년에는 최저치인 34.6%를 기록했다.
NGO들은 "재외동포의 범위에 무국적 동포를 포함해 입국 차별이 없도록 재외동포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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