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서도 비펜트린이 21배 초과 검출…"소비 벌써 끊겼다"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밤늦은 시간이지만 알려드립니다. 내일부터 계란 정상 출하합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하루 장사를 공쳐 밤잠을 설치던 광주 북구의 한 계란 도매상 박모(62)씨에게 16일 새벽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싱싱한 계란을 박씨에게 납품하는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검사결과 '문제없음' 판정을 자정께 받아 내일부터 출하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다.
전날 하루 동안 출하보류 조치로 계란을 들여오지도 소매점에 납품하지도 못한 박씨는 답답한 마음을 뚫어주는 반가운 소식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박씨는 전남지역 6개 농가에서 계란을 공급받고 있다.
이렇게 받은 계란을 다시 소매점, 급식소, 관공서 등에 납품하는 박씨는 살충제 전수검사를 위해 출하가 보류되기 시작한 15일 하루 동안 70∼80곳 납품처에서 전화가 뜨겁게 달궈질 정도로 '계란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하루 동안 계란을 납품받지 못했을 뿐이지만, 박씨의 도매상 계란 곳간은 3분의 1가량이 텅 비었다.
박씨는 거래하던 산란계 농가 6곳이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농가에서 보내준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증명서' 등을 내보이며 "이제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계란을 받아올 차량을 전남 지역 농가에 보내고, 소매점에 납품할 계란을 서둘러 차량에 싣느라 분주했다.
박씨는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계란 공급이 끊겨, 계란을 구할 수 없는 소매점에서 온종일 계란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며 "지난 AI 파동 당시에도 장사를 못 해 손해를 봤는데, 이번 살충제 파동은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 이러한 바람은 출하재개 소식을 전해 들은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16일 오후 나주시 공산면의 한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닭 진드기 박멸용으로 사용하는 살충제 비펜트린이 20배 이상 초과 검출된 것이다.
이날 오전 박씨는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을 차량에 싣고 전남 지역 소매점과 급식소 등을 찾았지만 소매점과 식당 등에서는 "계란이 찾는 사람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 급식소에서는 "계란으로 전을 부쳐 내놨더니 손님들이 무슨 계란 요리냐"며 핀잔을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씨는 "거래 농가들은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아 장사할 수 있게 됐지만, 전남 지역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나와 당분간 소비가 뚝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우려했다.
전남도는 지난 15일 자정부터 도내 99개 농가의 계란 출하를 보류하고 농약 잔류 검사를 하고 있다.
검사는 오는 1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지만, 계란 유통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검사결과 '적합' 판정이 나오는 즉시 검사 증명서를 발급해 유통을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강원에 이어 전남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나오면서 전남도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 나온 계란을 전량 회수해 폐기 처분하고 행정조치에 착수할 방침이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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