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전문가 "수교후 사반세기 '윈-윈'…사드갈등 해소가 관건"
(베이징·상하이·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김진방 특파원, 백나리 기자 = 한중 양국 전문가들은 지난 25년간 양국관계가 경제를 필두로 여러 분야에서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평가하면서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불거진 갈등 해소를 당면과제로 꼽았다.
◇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과…가장 큰 동력은 경제 교류"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은 "1992년 당시 한중수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북방외교에 힘입어 전격 수교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 외교사에 남을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윤 전 원장은 "25년간 서로 '윈윈'이 되는 수교였다"면서 "한국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본 것은 물론 중국도 톈안먼 사태 등으로 서방에 고립돼 있을 때 한국과의 관계가 국제사회로 나아가는 교량 역할을 했고 한국 경제가 중국에 중요한 모델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5년의 성과에 대해서는 중국 현지의 전문가도 같은 의견이었다.
한반도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은 개혁 개방 이후 한국을 발전 모델로 삼았고 양국관계 발전의 가장 큰 동력은 경제 교류였다"며 "양국관계의 발전만 두고 본다면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고 이는 수교 이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 "정치군사안보 갈등, 경제·사회 압도 상황될 수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지금은 물론 앞으로의 한중관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경제·사회문화·인적 교류 분야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 분야의 벽을 넘지 못해 한중관계가 냉각된 상황이고 향후에도 정치·군사·안보적 갈등이 경제나 사회문화 분야를 압도해버리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사드 배치가 지금처럼 강행되면 상당 기간 한중이 진통을 겪을 것"이라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유일한 해결책은 사드 철회밖에는 없다고 보고 있고 한국이 '사드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중국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사드로 인해 한중 간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사드 문제는 계속해서 다른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중 패권 갈등, 한국 움직일 공간 줄어들고 있어"
한국의 전문가들은 사드 문제가 단지 한중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간 패권경쟁의 산물인 만큼 우리 정부가 세밀한 접근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사드배치처럼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한국의 입지를 좁히는 사안이 추가로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한권 교수는 "한국이 중국의 군사안보 관련 우려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중국에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한중 간 갈등 요인이 다자간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표출되는 만큼 다자간, 특히 미중 경쟁구도에서 갈등 요인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드 문제는 미국과 북한까지 엮인 문제라는 딜레마가 있는데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 지속적인 소통을 하며 격차를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역내 패권 갈등이 이어지면서 한국이 움직일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앞으로 사드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이 걸린) 이런 문제가 더 생길 것이고 미중 간 갈등 고조시 우리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한중, 냉정하게 생각하며 교류 심화시켜야"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의 협조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덕민 전 원장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협력은 중요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모두 서로 냉정하게 생각하면서 교류를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 푸단(復旦)대 한국연구센터 주임을 지낸 스위안화(石源華) 석좌교수는 "한중간 밀접한 협력은 한국이 선진 강국으로 거듭나는 데는 물론 남북 화해와 한반도 정세의 안정에도 일조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스위안화 석좌교수는 "한국은 특히 독립·자주의 외교정책으로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 출발해 판단해야지 미국을 무조건 추종해서는 안된다"면서 "이것이 한중관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25년은 상대방 이해에 부족…갈등·충돌, 조정·융합 과정 거칠것"
중국의 전문가들은 사드 갈등의 해법이 '중단'이나 '철회'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한중이 2008년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위안화 푸단대 석좌교수는 "중국의 대한, 한국의 대중 정책이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양국이 수교 이래 거둔 성과와 그간의 '밀월기'를 소중히 여기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장기이익에 부합시켜 지속 발전시키는 데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한중관계가 곤경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며 "한중협력이 양국 발전의 가속장치이자 지역 및 세계평화의 안정장치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도 "냉전을 거치며 장기간 단절된 한국과 중국에 25년은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는 부족한 시간"이라면서 "갈등을 빚고 해결하는 과정은 양국관계에서 당연한 과정일 뿐이고 한중이 갈등과 충돌을 통해 서로 조정, 융합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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