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AI·살충제 계란, 밀집사육이 문제" 주목받는 복지농장

입력 2017-08-17 10:59   수정 2017-08-17 13:51

[르포]"AI·살충제 계란, 밀집사육이 문제" 주목받는 복지농장

흙·깔집으로 목욕해 기생충 스스로 제거…넉넉한 활동 공간 스트레스 안 받아

단양 복지농장 이운국씨 "자식처럼 돌봐야 건강…안전한 먹거리로 관심 돌려야"

(단양=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닭들이 알아서 흙으로 목욕해 몸에 있는 기생충을 없애는 데 살충제를 쓸 필요가 있겠어요."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리에 자리잡은 동물 복지농장인 '영춘 양계' 농장주 이운국(46)씨가 자식처럼 기르는 닭들을 바라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이씨는 2천108㎡ 규모의 계사 8동에서 1만5천 마리의 닭을 정성껏 기르고 있다.

최근 살충제 계란 탓에 혼란에 빠진 전국의 산란계 농가와는 달리 이씨의 얼굴에선 걱정하는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씨의 안내로 닭장 안을 살펴보니 그가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외지인의 낯선 방문을 알아차렸는지 닭들은 우렁차게 '꼬끼오∼'하고 울어댔다.

닭들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외지인의 출연을 경계하는 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체격이 건장한 녀석들은 1m가 족히 넘는 횃대에 떡하니 올라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기도 했다.

닭장 바닥 주변에는 닭들이 수시로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식수대가 마련돼 있었다.

농장 직원들이 옥수수와 볏짚을 섞어 만든 깔짚을 흙과 함께 바닥에 깔아주자, 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르르 몰려나와 몸에 흙을 끼얹었다.





진드기 등 몸에서 기생하는 해충을 털어내기 위해서다.

이씨는 전국의 산란계 농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자신의 복지농장이 자유로운 이유는 바로 '흙 목욕'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일반 양계 농장에서는 비좁은 케이지(철재 우리)에서 닭을 사육한다.

A4 용지보다 조금 크거나 작은 공간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생활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면역력도 급격히 떨어져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질병에 취약하다. 여기에다 몸에 진드기가 달라붙어도 닭이 흙 목욕을 통해 스스로 떼어낼 수 없기 때문에 살충제를 뿌려 해충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가축 사육 환경이 살충제 계란 발생의 원인이 됐다. 결국,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장형 밀집 사육이 문제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이에 반해 동물의 생태 환경에 알맞은 서식 조건을 갖춘 동물 복지농장은 살충제 계란이나 AI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

국내에는 2012년 동물 복지농장 제도가 도입됐다.

기본적으로 1㎡당 9마리 이하를 키우게끔 조성돼 밀집 닭장보다 눈에 띄게 넓은 면적을 유지, 닭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닭이 높이 날아올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홰도 마련되고 톱밥, 왕겨 등의 깔짚도 바닥에 깔아 둔다.

닭의 생태적인 특징을 고려해 기온부터 시작해 주변 환경까지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이씨는 "닭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서식 환경을 제공해주고 비교적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해주면 건강한 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매년 AI(조류인플루엔자) 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가 동물복지 농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씨의 농장 역시 2012년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았다. 단양에 있는 산란계 농장 14곳 중 12곳이 이씨와 같은 동물복지농장이다.

최근 몇 년간 전국의 양계 농가가 AI로 초토화된 상황에서도 단양이 청정지대를 유지하는 이유다.

이씨는 "동물복지농장은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하나의 대안"이라며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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