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전 한밤중 지자체에 전자문서만 보내고 통보도 없어
이 기간 2만개 유통…"한 개라도 덜 먹게 했어야"
(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정부가 이른바 '살충제 계란'을 확인하고도 8시간 넘게 일선 현장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동안 해당 농장에서는 계란 2만여개가 출하됐고 껍데기에 '08마리'가 표시된 계란이 식탁에 올랐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파장을 우려하기보다 먹거리와 직결된 만큼 즉시 알려 국민이 한 개라도 덜 먹게 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축산당국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잔류 농약 검사 중 지난 14일 오후 남양주시내 산란계 농장인 '마리농장'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Fipronil)을 확인했다. 국제 기준치인 0.02㎎/㎏을 초과한 0.0363㎎/㎏이 검출됐다.
이를 보고받은 농림축산식품부는 오후 4시 장관 주재로 관계 기관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오후 11시 40분께 농림축산식품부는 피프로닐 검출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때까지도 경기도와 남양주시에는 통보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조처되지 않았고 마리농장에서는 이날 계란 2만여 개가 농협과 도매상 등에 출하됐다.
현장인 남양주시에는 오후 11시 48분 전자문서로만 공문이 전달됐다.
취약시간대인 공휴일인 광복절 전날 한밤중에 국민 안전과 직결된 중요 내용이 담긴 전자문서를 발송해 놓고도 담당자에게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정확한 검출 시간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장관 주재 회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8시간 이상 현장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남양주시 담당자는 "15일 오전 1시께 모 언론사 기자가 확인 전화를 해 시내 농장에서 피프로닐 검출 사실을 알았다"며 "즉시 준비해 날이 밝자마자 농장 통제와 계란 수거 등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리농장에 피프로닐을 판매한 약품업체 조사도 이틀이 지난 16일에서야 진행됐다.
마리농장은 남양주시에서 진드기 구제약품을 지원받고도 다른 농장에서 소개받은 이 업체에서 더 강력한 약품을 구매해 양계장에 살포했다.
이를 고려하면 다른 농장들도 이 업체에서 피프로닐을 구매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신속한 조사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16일 두 번째 '살충제 계란'이 확인된 강원도 철원군 '지현농장'도 지난 6월 말 이 업체에서 피프로닐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파장이 있는 만큼 여러 기관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고 방침이 정해진 뒤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남양주시 등에 공문을 보냈다"며 "취약시간대 방침이 결정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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