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가족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는데"…눈물 보여
文대통령, 정부 대표해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위로 발언
피해자 가족, 文대통령에게 세월호 약전·액자·보석함 선물
독립적·법적 조사기구 '2기 세월호 특조위' 요청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났다. 2014년 4월16일 '그날' 이후 정확히 3년4개월 만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인데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며 울먹였다.
행사 시작 전 취재진과 만난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너무 억울했다. 분통이 터졌고. 지금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해와 억측,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김 씨는 "노숙하고 단식하고 그렇게 만나달라고…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정말 빌었다. 지금은 응어리가 모두 터지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 대통령이 영빈관에 모습을 나타내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자리로 이동하며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안아주고, 악수하며 위로했다.
연단에선 문 대통령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표정은 침통했고, 눈시울과 코끝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해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차분하게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피해자 가족을 대표해 박혜영 씨와 정부자 씨가 문 대통령에게 노란 보자기에 싼 선물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이 즉석에서 보자기를 풀자 세월호 약전(略傳)과 액자·보석함이 나왔다.
피해자 가족이 세월호 약전에 대해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고 취재진을 향해 보이며 "이것은 세월호 약전이다. 처음 나왔을 때 제가 읽고 페이스북에 소감을 올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건넨 보석함 위에는 '세월호 아이들이 대통령 내외분을 만납니다. 무지개 나비에 평화와 약속을 노래하는 아이들의 조화로움을 담았습니다. 세월호, 소녀상, 사드, 백남기 어르신, 반도체, 스텔라 데이지, 가습기 피해자 등 연대의 염원을 나비에 담았습니다. 잊지 않고 늘 기억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엄마 아빠-'라고 적힌 엽서가 붙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우리 어머니들이 한분 한분 손작업으로 직접 만든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기념품인 것 같다. 마음 잘 받겠다"고 하자, 박혜영 씨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피해자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이 피해자 가족을 대표해 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전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3년 넘도록 함께 한 국민이 있어 이 자리가 가능할 수 있었기에 국민 여러분께 가장 큰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응당한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가 불법 부당하게 자행한 수사방해와 은폐조작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강력한 법적 조사기구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위원장은 "그것은 바로 2기 특별조사위원회의 재건을 말한다"며 "독립적이고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가진 국가 차원의 조사기구로서 2기 특조위가 진상을 제대로 밝혀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참사 당시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구조와 희생자에 대한 예우조차 없던 수습과정, 희생자들이 자신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반드시 바꿔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자기 고향 안산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과 함께 안산은 4·16 안전공원의 건립과 더불어 안전생명의 교육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런 변화의 길에 문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