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4개월 만에 끌어안은 세월호 피해자 가족과 대통령(종합)

입력 2017-08-16 17:39   수정 2017-08-16 18:30

3년4개월 만에 끌어안은 세월호 피해자 가족과 대통령(종합)

靑 경호처가 안산서 피해가족 태워…청와대 정문으로 입장

피해자 가족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는데"…눈물 보여

文대통령, 정부 대표해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위로 발언

피해자 가족, 文대통령에게 세월호 약전·액자·보석함 선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났다. 2014년 4월16일 '그날' 이후 정확히 3년4개월 만이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들이 직접 경기도 안산으로 내려가 피해자 가족들을 차량에 태웠다.

이들이 탄 차량은 3년4개월 간 숱한 눈물을 뿌린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거쳐 청와대로 들어왔다.

청와대는 이들을 위해 일반 방문객용 출입문이 아닌 정문을 활짝 열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인데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며 울먹였다.

행사 시작 전 취재진과 만난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너무 억울했다. 분통이 터졌고. 지금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해와 억측,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김 씨는 "노숙하고 단식하고 그렇게 만나달라고…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정말 빌었다. 지금은 응어리가 모두 터지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 대통령이 영빈관에 모습을 나타내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자리로 이동하며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안아주고, 악수하며 위로했다.






연단에선 문 대통령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표정은 침통했고, 눈시울과 코끝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문 대통령은 10초 가량 말문을 떼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해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차분하게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했다.

발언을 끝낸 문 대통령은 피해자 가족이 앉은 자리를 찾아 일일이 악수하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일부 피해자는 본인의 이름표에 문 대통령의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미수습자 수색이나 피해자 지원 등을 확실히 약속해달라는 의미로 보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피해자 가족을 대표해 박혜영 씨와 정부자 씨가 문 대통령에게 노란 보자기에 싼 선물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이 즉석에서 보자기를 풀자 세월호 약전(略傳)과 액자·보석함이 나왔다.

피해자 가족이 세월호 약전에 대해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고 취재진을 향해 보이며 "이것은 세월호 약전이다. 처음 나왔을 때 제가 읽고 페이스북에 소감을 올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건넨 보석함 위에는 '세월호 아이들이 대통령 내외분을 만납니다. 무지개 나비에 평화와 약속을 노래하는 아이들의 조화로움을 담았습니다. 세월호, 소녀상, 사드, 백남기 어르신, 반도체, 스텔라 데이지, 가습기 피해자 등 연대의 염원을 나비에 담았습니다. 잊지 않고 늘 기억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엄마 아빠-'라고 적힌 엽서가 붙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우리 어머니들이 한분 한분 손작업으로 직접 만든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기념품인 것 같다. 마음 잘 받겠다"고 하자, 박혜영 씨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피해자 가족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직접 사회를 보며 이야기를 들었고, 피해자 가족 11명이 발언했다.

피해자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3년 넘도록 함께 한 국민이 있어 이 자리가 가능할 수 있었기에 국민 여러분께 가장 큰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응당한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가 불법 부당하게 자행한 수사방해와 은폐조작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강력한 법적 조사기구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생존학생 대표로 나온 이예림 양은 "왜 친구를 잃어야만 했는지 꼭 알고 싶다. 그리고 우리 친구들이 지금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데 우리 추억이 서려 있는 안산에 모여 있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울먹였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간담회 종료 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선체를 보존해 안전체험 및 교육관으로 활용하자는 의견, 범정부 차원의 피해자 지원 시스템을 만들자는 의견, 신체·심리 지원 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국립 트라우마센터를 만들자는 의견, 피해자의 사회 복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또 "기한을 정해놓고 미수습자 수색작업을 하지 말고 수습 종료 시까지 계속 수색하겠다는 마음을 가져달라"며 "하늘에서 아이를 만나더라도 너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또 ▲피해당사자가 세월호 진상 조사에 참여하도록 보장할 것 ▲희생자 명예회복 ▲4·16 재단 설립 및 추모공원 건립 ▲2기 특조위 설립 준비단 구성 ▲생존학생의 심리적 고통 치유책 마련 등을 요청했다.

이에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홍남기 국무총리실 국정조정실장, 더불어민주당 전해철·김철민·박주민 의원이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분야별 질문에 답했다.

홍남기 국조실장은 "추모공원은 지자체와 유가족, 시민이 대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또 미수습자 수색 기간 관련 홍 실장은 "수색 기간이 9월까지인데 기한 내 미수습자 발견에 최선을 다하고, 안되면 별도의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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