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걱정에 계란 뺀 북엇국·에그샌드위치 실종…혼돈의 식탁

입력 2017-08-16 17:32  

살충제 걱정에 계란 뺀 북엇국·에그샌드위치 실종…혼돈의 식탁

주부들 "'08' 적혀 있지 않아도 찜찜…과자·빵도 안심 못해 큰일"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단백질 공급원으로 사랑을 받아온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전 국민의 식탁이 혼돈에 빠졌다.

16일 현재 정부 전수조사에서 '살충제 계란'이 생산된 것으로 확인된 양계농장은 6곳뿐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중심으로 당분간 계란은 아예 먹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형 마트 등 유통업계 매장에선 한때 '계란 실종' 상황이 벌어졌다. 개학시즌인 학교에서는 급식에서 당분간 계란 반찬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음식점에서는 계란이 들어가는 메뉴를 안 팔기로 한 식당이 늘어났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팔던 걸 어떻게 갑자기 안 파느냐'며 계란 요리를 내놓는 식당도 있었다.

경기 용인에 사는 주부 김모(33)씨는 "정부 발표 전날 대형 마트에서 한 판을 사 왔는데 불안해서 전부 버렸다. '08'이라 적혀 있지 않으면 괜찮다고 해도 살충제 성분이라는 말에 찝찝해서 당분간 계란은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살과 3살 자매를 키우는 이모(36)씨는 "아이들이 고기를 잘 먹지 않아 계란으로 단백질 영양을 채웠는데 큰일"이라면서 "콩, 두부 등 대체 식품을 찾아보고 있는데 과자나 빵 같은 간식거리도 계란이 들어가니 안심할 수 없어 걱정이다"며 우려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급식에 계란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어린이집은 "당분간 계란을 식재료로 쓰지 않으려 한다"면서 "계란이 들어가는 음식은 다른 메뉴로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어 해장국은 마지막에 계란을 하늘하늘하게 풀어 식탁에 올리는 음식이지만 이날은 다른 모습이 됐다. 서울시청 인근의 유명 북엇국집은 이날 아침 식사 시간에는 계란을 모두 뺐다.

이 식당 관계자는 "계란을 공급하는 업체의 조사 결과가 오늘 오전 11시에 나온다고 해서 아침에는 계란을 넣지 않았다"면서 "문제없다고 해서 점심부터는 다시 계란을 넣었다. 금방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계란 샌드위치 맛집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식당은 계란이 들어간 메뉴 판매를 모두 중단했다. 이 가게가 공급받아 쓰는 계란은 문제가 없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지만, 정부가 전수조사를 하는 만큼 정확한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식당 관계자는 "계란 샌드위치 외에 디저트 메뉴도 거의 다 중단했다"면서 "매출이 지난주와 비교해 50% 넘게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서울 시내 유명 태국음식점에는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대표 메뉴 '뿌팟퐁커리'에서 계란을 빼달라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이 식당 관계자는 "안전한 계란을 쓰고 있다고 설명해 드려도 '그냥 계란을 빼 달라'는 손님들이 있다"면서 "불안감이 높다 보니 손님 요청대로 조리해 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님이 많이 찾는 요리를 갑자기 안 팔 수는 없다며 일단 팔고 보겠다는 술집도 있었다.

중구 무교동의 한 호프집 주방 직원은 "어제 뉴스가 터졌는데 어떻게 갑자기 계란말이를 안 팔 수 있겠느냐"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그냥 만들어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호프집 주인은 "계란 가격이 요새 비싸서 폐기 처분하거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방치할 여유가 없다"면서 "어제도 계란말이 주문이 많아서 정상적으로 판매했고 오늘도 그럴 생각"이라고 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 채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종로구 서촌마을에서 불교식 채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7·여)씨는 "채식 반찬을 구매하겠다는 손님이 평소 하루 1∼2명 수준이었는데 오늘은 1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부 손님들이 아이 건강 때문에 채식당에 많이 오는데, 어제와 오늘 온 손님들 모두 '공장식 닭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이 언젠가 문제가 터질 줄 알았다'고 입을 모으면서 채식 반찬을 사 갔다"고 귀띔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걱정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인스타그램에는 '살충제 계란', '살충제 계란 파동' 등과 연관된 글이 1천건 가까이 올라왔으며 한 이용자는 "먹는 것으로 장난하지 말라"면서 계란 한판을 모두 깨뜨려 버린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온라인 상거래로 계란을 판매하는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살충제 검사 결과 증명서'를 찍어 올리는 등 고객 문의에 대응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몇몇 업체는 "계란 배송 시 검사 결과지도 첨부할 예정"이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a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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