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갈등에 기름부은 트럼프 강도높게 비판…"해선 안될일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었다. '반(反) 지도자'이며 미국의 안녕에 위험한 사람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혈 폭력시위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인종갈등에 기름을 붓자 CNN이 16일(현지시간) 이처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방송의 크리스 실리자 에디터는 '샬러츠빌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실패는 정치적인 게 아니라, 도덕적인 것이었다"라는 제목의 홈페이지 머리기사에서 "트럼프타워에서 한 그의 발언은 미국의 인종사와 현실에 대한 놀라운 무지를 드러냈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옹호할 수 없는 입장을 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샬러츠빌 유혈사태가 백인우월주의자들뿐 아니라 맞불시위 세력에도 책임 있다며 '양비론'을 제기한 점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유혈사태의 배경을 놓고 백인우월주의자를 분명히 지목하지 않은 채 "여러 편의 증오와 편견"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엄청난 역풍에 직면하자 "인종차별은 악"이라고 물러섰지만, 15일 다시 "두 편에 다 책임이 있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반란군을 이끌었던 로버트 E. 리 장군을 '건국의 아버지들'과 비교하면서 "조지 워싱턴도 노예 소유주였다. 그래서 조지 워싱턴은 이제 그의 지위를 잃는가? 조지 워싱턴 동상을 치울 것인가"라고 되물어 역사 수정주의 논란에까지 휘말렸다.
이에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버서리즘'(birtherism·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 시민권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에서 잉태된 대선 캠페인을 한 뒤 백인우월주의자들에 대한 비난을 주저했다"며 "종종 우회적인 인종주의적 발언을 해 미국인의 분노를 유발하고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폭력을 유발했다. 지난 나흘간은 대통령으로서도 (취임 전과) 같은 사람임을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통령의 견해는 사실관계가 부정확하다"며 "오직 한 편, 한 신념체계가 1명의 여성과 여러 명의 사상자를 낸 샬러츠빌의 차량 돌격과 관련이 있다. 오직 한 단체만이 타인의 열등함 위에 자신의 전체적 신념체계를 두고 있다. 오직 한 단체만이 수백만 명을 죽인 살인마를 찬양한다"고 이 방송은 비판했다.
이 방송은 "이러한 도덕적 상대주의를 향한 그의 시도는 증오를 촉매로 삼아 정치적 힘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어서 더욱 위험하다"며 "이런 상대주의를 좋아할 이들은 미국의 백인우월주의자들"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정치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이는 미 대통령과 이 나라의 시민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두 편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용서하는 것은 우리를 수십 년 후퇴시키는 것이자, 모든 이를 위한 더욱 자유롭고 좋은 나라를 향한 진보의 수십 년 가치를 지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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