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예선 앞두고 '다치고 지친' 여자배구 대표팀

입력 2017-08-17 09:45  

세계선수권 예선 앞두고 '다치고 지친' 여자배구 대표팀

빠듯한 일정·엔트리 부족에 양효진 부상…대표팀 차출 문제도 논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최근 대한배구협회 임원이 김연경(29·중국 상하이)에게 그랜드 챔피언스컵(9월 5∼10일 일본) 출전 의사를 물었다.

그랜드 챔피언스컵은 애초 김연경이 "당연히 출전하지 않을 대회"라고 생각한 '이벤트성 대회'다.

결국 김연경이 출전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됐지만, 배구협회 임원의 '출전 의사 타진'은 배구계 안팎에서 혹사 논란을 일으켰다.

김연경을 비롯한 여자배구 대표선수들이 최근 너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정작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제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우려되는 수준이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9월 20∼24일 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예선전에서 태국, 베트남, 이란, 북한과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5개 팀 중 2개 팀이 2018년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얻는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세계선수권 본선에 진출해 최소한의 세계랭킹을 유지해야 한결 유리하다.

한국은 이번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태국과 1, 2위를 다툴 전망이다.

하지만 아시아선수권에서 김연경이 빠졌을 때 베트남과 고전할 걸 떠올리면 방심할 수도 없다.

현재 필리핀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선수권대회는 4강 안에만 들어도 크게 손해 보지 않는다. 4강전 태국전 패배가 아쉽긴 하지만, 이미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대표선수 관리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됐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7월 불가리아, 폴란드, 한국, 독일을 오가며 한 달여간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를 치렀다.

8월 들어서는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출전했다.

9월에는 올해 가장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을 남겨뒀다.

그 사이 그랜드 챔피언스컵이 열린다.

이처럼 국제대회 일정이 빡빡하기는 해도 이미 예정된 대회들이다.

배구협회가 프로 구단과 상의해 각 대회에 나설 대표선수들을 결정할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여자대표팀은 그랑프리는 12명, 아시아선수권은 13명이 출전해 대회 엔트리 14명마저 채우지 못했다.

중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이번 아시아선수권에 2진을 내보냈다. '4강에 진출할 전력'만 만들면 된다는 판단이었다.

태국은 최근 여러 대회를 치르면서 20명 정도의 선수가 함께 움직였다. 대회 엔트리는 14명이지만, 대회 특성을 고려해 언제든 5∼6명을 교체하며 선수들의 체력을 아꼈다.

하지만 부족한 선수들로 강행군한 한국 대표팀은 결국 주전 센터 양효진(현대건설)이 아시아선수권대회 도중 허리 부상으로 쓰러졌다.

여기에 김연경은 물론 김희진, 김수지(이상 IBK기업은행), 박정아(한국도로공사) 등 대표팀 주전 선수들의 체력 문제도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 가능성이 희박하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동시에 장기 계획을 세울 기회이기도 하다.

여자 배구대표팀의 체력 안배, 남자 대표팀의 중장기 계획 수립 등은 배구협회와 프로배구팀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뒤늦었지만 한국배구연맹(KOVO)과 배구협회와 머리를 맞대고 대표팀 운영 방안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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