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쓴 유럽 골프장 탐방기 '골프의 정신을 찾아서'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한국 골프장은 고전주의 시대 조각상처럼 스타일이 정해져 있다. 대체로 깔끔하고 아름답지만, 이 클럽이나 저 골프장이나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신간 '골프의 정신을 찾아서'(수류산방 펴냄)의 저자 이다겸·최영묵 씨 부부가 우리 골프문화를 향해 내놓은 쓴소리이자, 책을 쓰게 된 출발점을 소개한 대목이다.
아내 이 씨는 골프 회원권 거래소와 골프장, 골프 전문지 등 골프 업계에 오래 몸담아 왔다. 국내 골프장 대부분을 둘러본 그는 저마다 경관과 시설은 훌륭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스토리 없는" 점을 늘 아쉽게 생각했다.
남편과 캐디백, 여행 가방 하나씩 짊어지고 골프의 본고장으로 떠난 것도 그 때문이다.
책은 부부가 영국과 스코틀랜드,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각지의 82개 골프 코스를 6개월간 숨 가쁘게 방문한 경험을 담았다.
현대 골프의 태동지는 스코틀랜드다. 1457년 스코틀랜드 제임스 2세가 전쟁 준비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12세 이상 50세까지 전 국민의 골프를 '금한' 칙령이 그 근거다.
'유럽 골프 인문 기행'을 표방한 책은 각 골프장과 그 지역에 얽힌 이야기도 곁들인다. 그 덕분에 책을 읽다 보면 유럽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이나 예술가들, 풍습 등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1754년 설립돼 세계 골퍼들의 '성지'로 꼽히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에서는 화려했던 과거를 증명하는 성곽 잔해들을 만날 수 있다.
나폴레옹 1세가 1814년 3월 퇴위 전까지 거닐었던 프랑스 퐁텐블로 숲의 한가운데에는 100년 뒤 골프장이 들어섰다. 지금도 프랑스에서 최고로 꼽히는 골프 드 퐁텐블로다.
지역민들 위주로 운영되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유럽 골프장의 풍경은 낯설다.
사슴 수백 마리의 배설물이 지천으로 널린 잉글랜드의 햄튼 코트 팰리스 골프 클럽은 "잘 다듬어진 잔디, 전동카트, 친절한 캐디 언니, 그늘집의 삶은 달걀, 클럽하우스의 김치 전골"로 표현되는 우리네 골프장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골프 역사를 간략히 다룬 부분에도 눈길이 간다.
한반도에 골프가 건너온 것도 벌써 100년이 지났다. 1890년대 함경남도 원산항 해관에 머무르던 영국인들이 인근에 6홀 규모의 골프장을 세워 운영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많다.
짧지 않은 역사와 '태극 낭자'의 활약을 고려하면, 여전히 접대 수단 혹은 부유층 스포츠로 인식되는 우리 골프문화를 다시 돌아볼 때라는 생각이 든다.
624쪽. 3만9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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