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인명과 인권을 경시하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1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4일 필리핀 북부 불라칸 주에서 경찰이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벌여 마약 용의자 32명을 사살한 것과 관련, "잘했다"고 칭찬하며 "매일 23명씩 사살하면 필리핀을 병들게 하는 것(마약)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24시간 특별 단속을 통해 권총과 수류탄을 들고 저항하는 마약용의자들을 사살하고 10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로메오 카라맛 불라칸 주 경찰청장은 "지금까지 벌인 단속 중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경찰이 방어권을 행사해 사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에 투입된 경찰관 중에서는 사상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일방적으로 총격을 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6일 오후 열린 범죄·부패 방지 자원봉사단체의 설립 기념식에서 이런 경찰의 마약 유혈소탕전을 격려하면서 인권단체의 비판에는 총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권운동가들이 법 집행을 방해하면 경찰에 사격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권단체들이 자신에 대해서는 재빠르게 비난하면서 흉악 범죄의 가해자에게 그렇지 못하다는 불만도 표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부패한 일부 판사들이 마약사범에게 형량을 낮춰주고 있다고 비난하며 마약 밀매 연루 공직자들에 대한 단속 강화 의지를 밝혔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