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난 유대인"…팀 쿡 "트럼프 양비론에 동의하지 않아"
페이팔·고펀드미·우버 등 실리콘밸리, 신나치·백인우월주의 서비스 차단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 백인우월주의와 신(新)나치 단체의 폭력 시위 논란이 번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 SNS 페이스북을 이끄는 마크 저커버그와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애플의 팀 쿡 등이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에 대해 비판했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유대인으로서 (증오가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은 내 일생의 물음이었다"며 "아직도 신나치와 백인우월주의가 틀렸다는 사실을 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는 날 때부터 서로를 증오하지 않고, 날 때부터 극단적인 가치관을 따르고 있지 않다"며 "어떤 이를 증오하라고 가르치는 일부 문화에 대해 무언가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공동체에 증오를 위한 자리는 없다"며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일을 포함해 증오범죄나 테러 행위를 홍보하거나 찬양하는 게시물을 모두 내린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샬러츠빌 유혈사태 이후 '아메리카 선봉대', '백인 민족주의자 연합', '진짜 도널드 트럼프' 등 최소 8개의 백인우월주의 단체 페이스북 페이지를 삭제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와 신나치 단체의 폭력 시위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인종차별 세력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을 낳았다.
이에 케네스 프레이저 머크 CEO와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CEO, 케빈 플랭크 언더아머 CEO, 스콧 폴 전미제조업연맹(AAM) 회장, 리처드 트럼카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회장이 반발하며 줄줄이 제조업 자문단에서 탈퇴했다.
페이스북 이외에도 실리콘밸리에서는 IT 기업들이 속속 백인우월주의 단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애플의 쿡 CEO는 대통령의 양비론까지 꼬집으며 강도 높게 백인우월주의를 비판했다고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전했다.
쿡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나라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증오는 암 덩어리고 내버려두면 지나는 길목의 모든 것을 망가뜨리며 한 세대에 걸친 흉터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며 인간의 품위와 도덕에 관한 문제"라며 "대통령이나 백인우월주의·나치 단체와 인권을 위해 이에 반대하는 이들을 동일한 잣대로 보는 사람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쿡 CEO는 애플이 혐오범죄 감시 인권단체인 남부빈곤법률센터(SPLC)와 유대인 차별철폐를 위해 활동하는 '반명예훼손연맹'(ADL)에 각각 100만 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음 달 30일까지 애플 직원이 해당 인권단체에 기부하면 애플은 그 두 배에 해당하는 돈을 기부하는 매칭 펀드식 기부다.
CNN에 따르면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은 증오나 폭력,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단체에 기부하거나 돈을 결제하는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막았다.
페이팔은 이날 블로그를 통해 "우리 정책에 어긋나는 웹사이트나 단체가 우리 서비스를 쓴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팀이 개별적으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인 고펀드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샬러츠빌에서 차량 테러를 일으킨 백인우월주의자 제임스 알렉스 필즈 주니어에 대한 모금을 중단시켰다.
차량호출서비스 우버는 운전자에게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던진 백인우월주의자 승객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