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여파…서울대공원 하이에나·여우도 계란 못먹어

입력 2017-08-17 11:25   수정 2017-08-17 13:06

'살충제 계란' 여파…서울대공원 하이에나·여우도 계란 못먹어

AI 사태 이어 8개월째 공급 중단…사막여우·미어캣 등도 피해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살충제 성분이 든 계란 파동의 여파로 서울대공원 동물 친구들의 식탁에도 계란이 사라졌다.

17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공원 측은 일부 동물에 주던 계란을 8개월이 넘도록 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수차례 계란 공급 재개를 고려했지만 한번은 AI(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목을 잡았고,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졌다.

단백질이 풍부한 계란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다.

이때문에 공원 측은 평소 야생 환경이라면 포식자였을 하이에나에게는 날계란을 공급해왔다. 또 사막여우, 미어캣, 레서판다, 큰개미핥기, 일부 유인원에게는 삶은 계란을 종종 제공해왔다.

하지만 지난 연말 서울대공원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AI가 발병한 이후 계란 공급이 끊겼다.

지난해 12월 서울대공원에서는 조류사 '황새마을'에 살던 황새 2마리와 노랑부리저어새 1마리가 폐사한 뒤 사인이 고병원성 AI로 판명됐다.

이후 공원을 104일간 폐쇄하고, 예방 차원에서 황새마을에서 살던 원앙을 모두 안락사시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공원 측은 이후 AI가 한동안 잠잠해지자 계란 공급 재개를 고려했지만, 올해 6월 전북 군산과 부장 기장 등지에서 AI가 다시 발병해 위기경보 단계가 격상되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

이후 2개월이 지나고 최근 계란을 식탁에 올리는 방안을 다시 검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지는 바람에 계획을 접어야 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지난 연말 이래 계속 계란 공급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공원과 달리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평소 계란을 보유 동물에게 주지 않아 이번 파동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한편, 이번 살충제 성분 계란 논란으로 서울시청 직원 식당도 전날부터 계란 반찬이 모두 사라졌다.

시 관계자는 "직원 식당은 문제가 된 농가에서 계란을 공급받지 않지만 직원의 불안 해소를 위해 당분간은 계란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얼마간은 계란을 아예 공급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에야 계란 수급과 식단 편성을 재개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계란이 들어간 식단을 다시 짜더라도 직원들이 안심하도록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증명서'를 비치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금은 아무래도 사태 초기인 만큼 조심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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