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읽을 땐 장내 숙연…총장선출 자율권 보장 언급에 박수와 환호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총장 직선제를 외치다 투신해 숨진 고현철 부산대 교수 2주기 추도식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우리 모두가 그분의 뜻을 이어가자"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17일 오전 부산대 10·16 기념관에서 열린 고현철 교수 2주기 추도식장은 교수, 학생, 시민 등 추모객들로 가득 찼다.
개회사에 이어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사람은 김 부총리였다.
"참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는 날인 것 같습니다"라고 시작한 그의 인사말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김 부총리는 "오늘 이곳에 오면서 고인의 유서를 다시 한번 봤습니다"라고 말한 뒤 고현철 교수의 당시 유서 일부를 낭독했다.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수하겠다'는 말씀으로 시작해서 '대학 민주화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다. 그걸 위해서 필요하다면 희생을 감당하겠다는 말씀'으로 끝나는 그 유서 속에 오늘 우리가 가야 할 뜻깊은 내용이 있음을 다시 한번 밝혀둡니다"고 말했다.
유서를 읽는 동안 장내는 숙연했고 유가족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이어 그가 "문재인 정부는 국립대 총장 후보자 선출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하자 장내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일부 추모객은 낮은 소리로 환호했다.
"각종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간선제를 유도하는 방식도 폐지하겠다"고 하자 박수 소리는 더 크게 울렸다.
고 교수는 2015년 8월 17일 교육부가 총장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바꿀 것을 압박하자 직선제 사수와 대학 자율을 침해하는 교육부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본관 4층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숨졌다.
당시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을지연습을 이유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조화만 보냈다.
고 교수의 투신을 전후해 전국 대부분의 국립대는 총장 선출을 간선제로 바꿨다.
그러나 고 교수의 희생으로 유독 부산대 만이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현재 국립대 가운데 직선제 총장이 있는 곳은 부산대가 유일하다.
김 부총리는 "오늘 이 자리가 2015년 8월 그 뜨거웠던 여름, 대학의 자율권 훼손과 민주주의 퇴행에 경종을 울렸던 고인을 추모함과 동시에 그의 뜻을 이어가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그토록 소망했던 대학의 공공성, 민주성 회복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김 부총리가 참석한 이날 추도식은 정부가 대학 자율권 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유가족에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는 공식적인 자리가 됐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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