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김연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쓰려고 더 강력한 대책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다"고 언급함에 따라 '주머니속 대책'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언가가 주머니에 있다는 말은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시장 상황별 추가 대책이 완비돼 있으며, 필요하면 언제든 발표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 정부가 발표한 8·2 대책도 발표 시점은 갑작스러웠지만 내용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갑자기 모여 뚝딱 만들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8·2 대책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과 대출 규제는 물론, 강화된 청약제도와 재건축 규제까지 망라하면서도 '신혼 희망타운' 등 저소득 신혼부부를 위한 공급책까지 끼워 넣은 메가톤급 대책이었다.
당시 대책에 참가했던 한 공무원은 "사실 대책 발표 전부터 담당 분야별로 집값 안정을 위해 가능한 대책을 구상하면서 관계기관 협의도 계속 하고 있었다"며 "대책 발표를 앞두고는 이를 취합하고 조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8·2 대책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비켜난 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등 시장에 다시 열기가 오를 경우를 대비한 추가 대책도 이미 준비해 놓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해진다.
8·2 대책을 통해 워낙 많은 대책들이 쏟아져나왔지만, 아직도 쓸 수 있는 추가 대책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우선 8·2 대책의 억제 수단들을 확대·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이 8·2 대책에서 부활했는데, 이 지역을 다른 지역으로 넓히거나 규제 내용을 강화하는 것이다.
청약 1순위 요건을 한층 더 까다롭게 하거나 대출을 추가로 억제하고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세 등 세금은 더욱 높이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임대업자 등록 의무화는 이미 정부가 자발적 임대사업자 등록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도입할 수 있다며 운을 띄워놓은 정책이다.
참여정부 때 검토됐던 주택거래허가제를 추진하거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요건을 대폭 완화하거나 과열지역에 대한 주택 거래자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고강도 대책이 동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표가 예정된 가계부채 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 등도 부동산시장이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일 때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서민을 괴롭힌 미친 전세, 미친 월세"란 표현을 쓴 만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의 도입 등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도 주거복지 로드맵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대책이 추가로 더 나올지 따지기보다는 대통령의 메시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에 정부 정책 목표에 대한 시그널을 계속 주려는 것 같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집값이 잡힐 때까지 이대로 계속 가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줌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 의도와 다른 행동을 하지 않게끔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금리 정책 등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면서 시장이 준비하게 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해 왔는데,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도 "정부가 내놓을 추가 대책이야 만들면 많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기보다는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8·2 대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시장에 다시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너무 강력한 시그널은 거래절벽 등 시장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 서민이 더 힘들어지고 건설업 전체가 위축돼 경제 하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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