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16년 차 우완 래키, 데뷔 첫 도루 성공
기쁨도 잠시…곧바로 2루에서 견제사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우완 투수 존 래키(39·시카고 컵스)는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1루를 밟자마자 귀를 의심할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브랜던 하이드 1루 코치가 "도루 한 번 해볼래?"라고 조용히 속삭였기 때문이다.
래키는 처음에는 웃어넘겼지만, 투수의 방심을 틈타 2루 도루에 성공했다. 2002년 빅리그에 데뷔한 16년 차 투수의 첫 도루 성공이었다.
래키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불펜 방화로 시즌 11승 수확에는 실패했지만, 컵스는 9회 말 상대 투수의 폭투에 힘입어 7-6으로 승리했다.
래키의 도루는 4회 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때 나왔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들어간 래키는 호머 베일리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낸 뒤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있을 때 대담하게 2루를 훔쳤다.
보통 투수는 부상 위험이 커 도루를 시도하지 않는다. 신시내티는 불혹을 앞둔 투수가 뛸 거라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방심했다가 당했다.
래키는 올해 도루에 성공한 4번째 투수가 됐다. 앞서 성공한 투수는 존 레스터(컵스),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 줄리스 차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3명이다.
그러나 래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 타자 벤 조브리스트의 볼넷 때 아무 생각 없이 2루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가 포수 견제로 아웃됐다.
경기 후 래키는 "1루 코치가 도루를 권유해서 처음에는 '피곤해서 하기 싫다'고 말했지만 뛰었다. 아무도 날 보지 않았다. 2루까지 가는 게 쉬워 보였다. 그래서 뛰었다"고 말했다.
조 매든 컵스 감독 역시 "래키 역시 그린라이트(벤치 지시와 무관하게 도루를 시도해도 좋다는 권한)가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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