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대법원서 배상 책임 인정하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불사"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에 의한 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존재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우리 정부에 항의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8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국 정부에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관계구축을 지향하는 가운데,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라고 항의했다.
신문은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북한에 대해 한일 및 미국 등이 결속해 대응하는 미묘한 시기에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이어서 "북한을 이롭게 할 뿐"(일본내 한일관계 소식통)이라는 개탄의 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징용공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으로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현재 우리 대법원에는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소송 3건이 계류돼 있다. 2심에서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진 것이지만 2심 판결 이후 2~4년간 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소송은 미쓰비시(三菱)중공업(2건)과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것으로,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 정부 내에서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2심 판결을 확정하고 일본측이 배상에 응하면 청구권협정은 사실상 사문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도 불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중 강제노동을 둘러싼 소송전이 ICJ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년 전쟁 중에 강제노동을 당한 자국민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독일 정부는 이에 불복해 ICJ에 제소했고, ICJ는 2012년 독일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2015년 12월 한일간 위안부 합의 이후 한국 내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소리가 나온데 이어 이번에는 징용에서도 골포스트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일본 언론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징용공에 대한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한일관계의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와 아사히신문은 "한일관계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징용공 문제에서는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던 양국 정부의 공통인식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choina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