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치료 거부환자 101명 추적 관찰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완치율이 90%에 달하는 위암 1기일지라도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5년여 만에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이혁준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팀은 1988∼2015년 사이 위암으로 진단받았지만 암 치료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암 치료를 했어도 수술 등의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101명(평균나이 67세)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위암학회에 발표돼 '우수 연제'로 선정됐으며, 논문은 관련 국제학술지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조사 대상 환자들의 암 치료거부 이유는 합병증, 치료 걱정, 대체요법, 경제적 문제 등이 많았다.
추적 결과를 보면 조기위암 환자가 전이가 시작되는 진행위암으로 악화하는 데는 평균 34개월이 걸렸다. 병기가 악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 1기→2기 34개월 ▲ 2기→3기 19개월 ▲ 3기→4기 2개월 등으로 진단 시 병기가 나쁠수록 악화 속도가 더 빨랐다.
특히 초기 위암 단계에서 종양의 크기가 두 배로 커지기까지는 평균 1년이 걸리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사망할 때까지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은 72명의 경우 암 진단 후 최대 5년 3개월을 사는 데 그쳤다.
암 진단 병기별 평균 생존 기간은 ▲ 1기 63개월 ▲ 2기 25개월 ▲ 3기 13개월 ▲ 4기 10개월이었다. 상대적으로 병기가 나쁜 4기 환자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채 1년도 살지 못하는 셈이다.
현재 위암 완치율은 1기 90%, 2기 75%, 3기 45% 등으로 높은 편이다. 4기에서도 수술 등의 치료를 받았을 때 평균 생존 기간이 1년 6개월 이상이다.
주목할 부분은 암 진행 속도에 나이는 관련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혁준 교수는 "75세 이상 고령 환자와 74세 이하 환자, 여성과 남성으로 각각 나눠 암의 진행 속도를 비교했지만, 차이가 없었다"면서 "흔히 '노인은 암이 느리게 자란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근거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비교적 순한 암으로 꼽히는 갑상선암에 대한 과잉진단 논란 이후 암을 지켜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위암의 경우는 아무리 초기라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5년 안팎으로 사망할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라며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만이 위암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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