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승조원 목숨 앗아간 함장 등 3명 지휘권 박탈
"경계근무 지휘 소홀 책임 무겁게 문다"는 원칙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지난 6월 17일 일본 근해 해상서 경계감시 활동 도중 필리핀 화물선과 충돌, 승조원 7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를 낸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 함장 등 지휘관들이 사실상 지휘권을 박탈당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윌리엄 모런 미 해군 참모차장은 사고 함정인 피츠제럴드함의 브라이스 벤슨 함장과 숀 베빗 부장(副將) 및 브라이스 볼드윈 주임원사 등 3명을 보직해임 등 중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런 차장은 또 사고에 책임이 있는 10여 명에 대해서도 징계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 명의 지휘관들은 통솔력에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함정에 계속 근무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18일에 이뤄지는 징계회의에서 직속상관인 조지프 오코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수뇌부의 이런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런 차장은 "승조원들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며 "어느 부분에서는 함교 근무팀은 상황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막바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벤슨 함장과 베빗 부장 등 잠을 자던 35명 가운데 28명은 비상 탈출에 성공했으나, 나머지 7명은 사고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 침대에서 튕겨 바닷물에 빠져 익사하거나 공간이 침수돼 목숨을 잃었다.
벤슨 함장은 충돌로 부상해 후송된 후 치료를 받다 7월 11일 자로 다시 함장으로 복귀했다.
이 사고는 6월 17일 새벽 1시 30분께 도쿄 남서쪽에 있는 시즈오카현 이즈(伊豆)반도의 이로자키(石廊崎) 남동쪽 약 20㎞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당시 필리핀 선적 컨테이너선은 일본 나고야(名古屋) 항에서 도쿄(東京) 오이부두로 향하고 있었으며 미 해군 이지스함은 일본 해상 주변 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해상보안청의 컨테이너선 항로 분석결과 이 배는 이즈반도 앞바다에서 도쿄 항을 향해 북동쪽으로 운행하다가 17일 새벽 1시 30분께 갑자기 진로를 오른쪽으로 90도 가까이 꺾었다가 지그재그로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상보안청은 컨테이너선이 이지스함과 충돌한 뒤 그 충격으로 항로가 갑자기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로 이지스함은 선체 중앙 오른쪽 부분이 크게 파손됐지만, 컨테이너선은 갑판 부분에 경미한 손상을 입는 데 그쳤다. 미 해군은 사고 직후 함정 오른쪽 내부에 대한 수색을 벌여 침수된 공간에서 시신들을 발견했다. 이곳은 승조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전해졌다.
만재배수량 9천t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인 피츠제럴드는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며, AN/SPY-1D 3D 레이더, AN/SPG-73(V) 레이더 등으로 1천 개의 목표를 탐지 추적해 이 가운데 12∼15개와 동시 교전할 수 있다.
1995년에 취역한 이 함정에는 모두 281명의 승조원이 탑승하며, RIM-67 함대공 미사일, BGM-109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장착해 막강한 화력도 자랑한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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