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해방군 집단군 번호 변경 통해 파벌·부패 차단 조치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군이 인민해방군의 18개 집단군(군단급)을 13개로 축소 개편하면서 군단장급 장성들을 전원 교체 이동시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군 장악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는 18일 각 전구(戰區) 육군 소속의 집단군 군단장 및 정치위원에 대해 전원 교체가 이뤄졌다며 조만간 인사 내용이 확정 발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동부전구 71집단군 군단장에 왕인팡(王印芳) 38집단군 군단장이 임명된 것을 비롯해 모두 26명의 군단장·정치위원이 새로운 집단군 사령탑에 보임됐다.
홍콩 군사평론가 량궈량(梁國梁)은 신구 명단을 비교하면 기존 자리를 그대로 유지한 군단장은 아무도 없고 모두 전구내 다른 집단군으로, 심지어 다른 전구 집단군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집단군을 18개에서 13개로 5개 줄이고 집단군 일련번호도 71∼83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중하부 군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5대 전구 가운데 동부(71∼73), 북부(78∼80), 중부(81∼83) 전구 육군이 3개 집단군을, 남부(74, 75), 서부(76, 77) 전구가 2개 집단군을 보유하게 된다. 편제도 '집단군-사단-연대-대대'에서 '집단군-여단-대대'로 줄여 지휘와 명령체계를 단축시켰다.
린잉유(林潁佑) 대만 중정(中正)대 교수는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집단군 번호를 바꾸고 군단장을 전원 교체한 것은 시 주석이 군의 파벌주의를 약화시켜 군 장악을 강화해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과거 중국 지방의 군에는 장교와 사병간의 관계가 지나치게 친밀해 파벌 형성, 부패 연계의 문제가 심각했다. 부패로 낙마한 궈보슝(郭伯雄)·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군내 파벌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이번 조직개편에서 궈보슝의 기반인 북부전구 16집단군과 쉬차이허우의 기반인 서부전구 47집단군은 해체됐다.
이번 군단장 인사 역시 각 집단군이 기존 번호를 유지한 채 기존의 군단장 밑에서 파벌과 부패 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각 군이 다양한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전시 대응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이 같은 집단군의 '헤쳐모여'는 시 주석의 군 장악력을 한층 강화해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지난달말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훈련기지에서 치른 건군절 90주년 열병식에서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과 전직 지도자를 배제한채 홀로 사열을 받은 것도 군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당시 '당이 군을 영도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시 주석이 측근인 리쭤청(李作成) 육군 사령원에게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맡길 것이라는 최근 보도 역시 시 주석의 군권 장악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린 교수는 군권을 기반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19차 당대회를 앞둔 시 주석의 의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사전문가인 니러슝(倪樂雄)도 "시 주석은 정치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고 믿은 중국 혁명 1세대의 자녀로서 공산당 정권을 위한 병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