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국감에서는 '대책 보완' 약속하고도 손 놓아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8월부터 '계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책에 살충제 규제와 관련한 내용은 전무해 '부실 대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대책시행 두 달 후 국정감사에서 살충제 계란의 위험성 지적을 받고 대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히고선 아무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계란 안전관리 종합대책'은 2015년 깨진 계란 등 폐기되어야 할 제품이 유통된 '불량 계란' 문제가 대대적으로 불거진 이후 마련됐다.
종합대책은 계란의 세척 기준과 부적합 계란 처리 기준 등을 마련하고 세척 계란의 냉장 유통을 의무화하며 부적합 계란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부적합 계란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살모넬라균이나 동물용 의약품(항생제) 잔류 여부에 대한 수거검사를 강화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살충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2015년 종합대책을 마련하던 당시에는 양계 농가에서 살충제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당시에는 항생제 사용이 더 큰 관심사여서 항생제에 대해서는 수십 가지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의 종합대책이 나온 2016년 8월에야 계란 농가에서 살충제가 사용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인지했다는 것이다.
보도 직후 식약처가 60건을 표본 검사했을 때는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당시 검사에서 한 건이라도 나왔으면 조사를 확대했을 텐데 시기를 놓쳤다"며 "표본 수가 너무 적었고, 살충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여름이 지나고 검사가 이뤄진 것도 문제였다"고 인정했다.
더 큰 문제는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가 제기되고 당시 손문기 식약처장이 대책 마련을 약속했음에도, 정작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양계농가에서 맹독성 농약을 살포하고 있음에도 계란에 대한 잔류농약검사가 3년간 단 한 건도 없다는 기동민 의원의 지적에 "농림부와 협조해서 계란 관련 안전관리 대책 수립에 지적사항을 반영해 곧 발표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올해 들어서도 여름 전인 4∼5월에 60건의 표본 조사를 한 게 전부다.
계란 유통 과정에서 식용란의 안전과 위생을 종합적으로 검사하는 단계가 전무한 유통 체계도 이미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됐다.
식약처의 종합대책에는 식용란을 전문적으로 검란ㆍ선별ㆍ포장하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나 돼지가 농장에서 나와 도축장에서 여러 검사를 거치는 것처럼, 계란도 위생과 안전을 점검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통과해야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있는 계란 집하장(GP)은 '식용란수집판매업'으로 세척과 분류, 포장 등을 하고 있지만, 잔류 물질 검사 등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GP를 거치지 않고도 농장에서 직접 유통할 수 있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축산물위생관리법' 일부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발의됐지만, 아직 심의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존의 계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보완할 계획"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계란을 포함한 포괄적인 축산물 안전관리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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