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노조 승소한 1심 취소…"노사합의 수준 넘은 이익 추구, 경영 어려움 초래"
(광주=연합뉴스) 신호경 장덕종 기자 =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판부가 1심을 뒤집고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통상임금 소급 지급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결함에 따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광주고법 민사1부(구회근 부장판사)는 18일 금호타이어 노조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이들 노조원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반영, 3천800여만 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임금협상 시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러한 노사합의는 일반화돼 이미 관행으로 정착됐다"면서 "근로자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경우는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워크아웃 기간 당기 순이익이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감소하는 등 피고의 재정상태가 호전됐으나 이는 경영성과가 개선된 결과라기보다는 대출원금 납부 유예 등 다양한 혜택과 임금 동결 및 삭감 등으로 비용이 큰 폭으로 절감된 것에 기인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워크아웃 종료 이후 경영사정이 악화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원고들의 추가 임금 청구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신의칙'이 인정된 만큼 이달 말로 예상되는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도 재판부가 비슷한 판단을 통해 최대 3조 원에 이르는 통상임금 소급 지급을 막고 사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기업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기아차 1심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같은 소송이라도 심급에 따라 신의칙 원칙이 인정됐다가 부정되고, 반대로 부정됐다가 인정되는 등 재판부마다 판결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항공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1심에서 부정된 신의칙이 2심에서는 인정됐고, 동원금속의 경우 1심 천안지원이 인정한 신의칙을 2심에서 대전고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신의칙 적용의 조건으로서 '통상임금 지급으로 기업이 중대한 재무·경영 위기를 맞게 되는지'가 고려되는 만큼 결국 재판부가 기아차의 경영·재정 상태를 어느 정도로 판단하는지에 따라 기아차 통상임금 1심의 승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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