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의 아버지 신격호' 펴내…"신동빈은 '일본인 경영진의 대리인'"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롯데가(家) 장남인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95) 롯데그룹 창업자 겸 총괄회장의 삶을 기록한 책을 출간한다.
'나의 아버지 신격호'란 제목의 이 책은 아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신 총괄회장의 모습을 담았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회색 지대에 속해 있는 중간자'로 표현하며 "아버지 역시 한국과 일본,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는 것은 당신의 운명과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신 총괄회장이 약 70년 전 일본 도쿄(東京)에서 롯데그룹의 전신인 ㈜롯데를 창립하는 과정에서부터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 롯데그룹의 성장 과정 등을 중심으로 신 총괄회장의 삶과 경영철학 등을 정리한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에 대해서는 "자식인 내가 여기에 말을 더 보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의 부인이자 자신의 모친인 시게미츠 하츠코(重光初子) 여사를 둘러싼 소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특히 하츠코 여사가 전범 시게미츠 마모루의 외조카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시게미츠'는 영산 신씨 문중 어른들이 결정한 창씨일 뿐이며, 일본의 관습상 남편의 성을 따르다 보니 다케모리 하츠코에서 시게미츠 하츠코가 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2013년 12월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넘어져 전신마취를 하고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부터 신 총괄회장의 "기억의 커튼이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기억은 이미 수년 전에 파편화돼 흩어지거나 사라져버렸다. 기억의 증표(Memento)를 다시 제시하지 않으면 아버지는 어제 일을, 오늘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이 단절된 어느 시점부터 새로운 기억을 생성할 수도 없었다."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분쟁은 한국 최대의 재산 절취 사건이며 심각한 국부 유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신 회장을 '일본인 경영진의 대리인'으로 표현하며 경영권 재탈환이 "저의 숙명이자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라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은 "기억만 되살아난다면, 어제 일을 오늘 기억할 수 있다면 아버지는 앞서 내가 처참하고 비극적이라고 표현했던 이 상황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면서 "나는 아버지의 흩어진 기억의 파편을 모아 그 일부라도 온전하게 맞춰놓고 싶었다"고 적었다.
책은 23일 21세기북스를 통해 출간될 예정이다. 400쪽. 2만원.
한편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에 대해 "롯데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갔다거나 국부 유출되고 있어 본인이 경영권에 복귀해야 한다는 등 기존에 해왔던 본인의 주장을 또다시 반복하기 위한 의도로 책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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