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인터뷰 후 잘린 스카라무치 연상…"본인도 경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논란의 대상이 된 자신의 인터뷰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대북 문제 해법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노출하고 민감한 현안에 대해 '천기누설'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불러일으키면서 조만간 백악관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배넌은 17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을 통해, 전날 공개된 자신의 언론 인터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지던 비난의 포화를 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혈 폭력시위 사태에서 인종차별 세력을 두둔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온통 쏠렸던 미디어의 관심을 자신이 '한 통의 전화'로 분산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전날 진보성향 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군사적 해법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언급과 정면 충돌하는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배넌은 해당 인터뷰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가리켜 "어릿광대의 무리"라고 원색 비난하며 거리두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의 한 보좌관은 데일리메일에 "그의 인터뷰는 백인우월주의를 강하게 비난했다는 한 가지 측면에서만 백악관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의 인터뷰는 배넌이 보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배넌의 동료들은 그가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 '온더레코드'(on the record·보도 전제)로 대화를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
특히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말 해임된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의 '더 뉴요커' 잡지 인터뷰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배넌이 스카라무치와 같은 길을 갈 것인지 주목된다.
스카라무치는 당시 인터뷰에서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배넌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가 불과 11일 만에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당시 인터뷰 논란에 대해 스카라무치도 '비보도 전제'였다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인터뷰 후 배넌의 지위가 더욱 위태로워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WSJ에 따르면 배넌과 가까운 인사들은 배넌 본인조차 이번 인터뷰가 자신의 경질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과 상충되는 한반도 구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 치명상이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일단 백악관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면 배넌과 접촉하라"(린지 월터스 대변인)는 원론적인 언급 외에 이번 인터뷰 논란에 대한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다.
배넌은 인터뷰 공개 이후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복수의 내부 관계자들이 WSJ에 전했다.
그러나 외부에서도 경질론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어 가뜩이나 '백인우월주의 옹호' 조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배넌의 해임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피터 킹(공화·뉴욕) 하원의원은 이날 ABC 7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배넌을 해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백악관에서)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군사 옵션은 없다는 배넌의 인터뷰는 북한이 미국의 공격 가능성을 믿게 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천기누설'이라는 점에서 곧 쫓겨날 것이라는 인터넷 매체 뉴스맥스의 보도 역시 해임설에 무게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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