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립대 총장 후보 선출은 앞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17일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투신한 고(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 2주기 추도행사에 참석해 재정지원 사업으로 간선제를 유도해 온 방식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총장 장기 공석으로 고통받는 대학에는 그간의 얽힌 분쟁과 갈등을 정리하고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과 뜻을 모아 총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신속히 절차를 밟겠다"고 강조했다. 국립대 총장선출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항으로, 새 정부가 교육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는 과거 보수정권 아래에서 총장임명을 놓고 대학의 민의를 무시한 채 정부가 개입해 총장임명을 지연하거나 총장 직선제 폐지를 유도해온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8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학내 정치화로 인한 폐단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총장 간선제 방식을 대학에 요구했다. 교육공무원법은 총장 추천위원회를 통한 간선이나 교직원들이 합의한 직선제를 바탕으로 총장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간 '산업연계교육활성화사업(프라임사업)' 등 주요 재정지원사업 대상을 정할 때 간선제를 택한 국·공립대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간선제를 유도해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이런 현상이 심화했다. 특히 2순위로 추천된 후보가 1순위 후보를 제치고 총장이 되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총장 후보의 임용제청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7월 말 현재 전국 41개 국공립대 가운데 9개 대학 총장이 공석이어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공주대의 경우 1순위 추천후보에 대한 교육부의 임용거부로 40개월이 넘도록 총장이 공석이다. 또 공주대와 방송통신대 등의 총장 인선이 늦어진 배경에는 청와대의 인사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련자들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고발하고 특별검사팀에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1순위로 추천받았지만 임명되지 못한 총장 후보자들의 경우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등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가 많았다는 점을 볼 때 정권 차원의 보복이나 탄압 성격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국립대 총장선출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한 방침은 대학사회의 비정상을 바로 잡는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대학들도 1987년 민주화 열풍 속에 도입했던 총장 직선제가 대학의 민주화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과열선거, 파벌에 따른 교육·연구 분위기 훼손, 논공행상에 따른 인사 비효율 등 폐단도 있었던 만큼 이를 최소화하는 선출방식을 자율적으로 검토해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교육부는 대학의 교육민주주의 회복 차원에서 국립대 총장선출을 자율에 맡기는 조치와 함께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사립학교법개정도 조속히 추진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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