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부패 운동가 "무직상태로 고급 외제승용차 타며 전용기 여행" 폭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크렘린궁의 입'으로 통하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의 아들이 무직 상태에서도 고급 주택과 초고가 자동차 등을 보유하고 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반(反)부패 운동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17일(현지시간) 페스코프 공보비서의 첫째 아들로 알려진 니콜라이 초울스(27)의 호화생활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다.
나발니가 이끄는 '부패와의 전쟁 재단'(FBK)은 초울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등을 근거로 그가 테슬라, 레인지로버, 페라리, 메르세데스 등의 고급 외제승용차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울스는 또 전용 전세기를 자주 이용하고 요트 여행을 즐길 뿐 아니라 모스크바 중심가에 고급 주택도 갖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같은 호화생활은 현재 무직 상태로 알려진 초울스는 물론 공식 연봉이 약 1천200만 루블(약 2억3천만 원)인 그의 아버지 페스코프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초울스는 한때 러시아 관영 뉴스전문채널 RT에서 일했으나 지금은 무직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이밖에 초울스가 러시아에서 1년에 110차례 이상 교통법규를 위반했으며, 1990년대 말부터 한동안 살았던 영국에서는 두 차례의 폭행죄로 1년 이상 수감생활을 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 방송 러시아어판은 초울스가 페스코프의 아들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여러 정황은 그가 실제로 크렘린궁 대변인의 자식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초울스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페스코프의 딸인 엘리자베타와 함께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가 있는데 일부 사진에는 영어로 누이(sister)의 약자로 보이는 'sis'란 제목이 붙어있다.
현지 언론 RBK 소식통은 초울스와 엘리자베타가 형제가 맞다고 확인하면서 그들이 거의 교류가 없다고 전했다.
초울스는 페스코프의 첫번째 부인, 엘리자베타는 두번째 부인에게서 난 자식으로 알려졌다.
초울스는 나발니의 폭로에 대해 "악몽이자 도발"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나발니는 지난 2015년에도 페스코프가 세 번째 결혼을 하면서 기업인으로부터 시가 62만 달러(약 7억여 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 시계를 선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변호사 출신의 반부패 운동가에서 대표적 야권 정치지도자로 변신한 나발니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러시아 대선에서 역시 출마가 유력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된다.
일찌감치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그는 과거 지방정부 고문 재직 시절 횡령 사건에 대한 유죄판결로 현재로선 출마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장애물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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