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합 농장 10곳 중 6곳 친환경…부적합 계란 전량 폐기
정부, 친환경 인증제 개선·계란 축산물 이력제 도입…밀식사육 개선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 "국민께 불편·걱정 끼쳐 죄송" 3번째 사과
(세종=연합뉴스) 정열 정빛나 기자 = 정부가 전국의 산란계 농가에 대해 전수조사한 결과 시중에 유통하면 안 되는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가 49개 중 63.3%인 31개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안전을 위해 찾았던 친환경 인증 계란이 실은 '살충제 범벅' 계란이었던 셈이어서 친환경 인증 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 필요성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날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친환경 인증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 방침과 함께 닭고기·계란에도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적용하는 축산물 이력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전수조사 과정에서 부실 검사 논란이 발생했고 통계 숫자와 지명, 계란 브랜드명 등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오류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발생해 소비자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 살충제 성분 조금이라도 나온 농장 86곳…친환경 68곳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국 산란계 농장 1천239개(친환경 농가 683개·일반농가 556개)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전수조사는 애초 17일까지 사흘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한을 다소 넘긴 18일 오전 9시에 최종 완료됐다.
정부에 따르면 조사 대상 농장 중 49개 농가에서 사용이 금지됐거나 기준치 이상이 검출되면 안 되는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전체 산란계 농장의 약 4%다.
정부는 이들 농가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검출 성분별로 보면 닭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가 8곳, 마찬가지로 계란에선 검출돼선 안되는 '플루페녹수론' 2곳, '에톡사졸' 1곳, '피리다벤' 1곳이었다.
나머지 37개 농가에서는 일반 계란에 사용할 수 있는 비펜트린이 허용 기준치(0.01㎎/㎏) 이상으로 검출됐다.
이들 49개 농장의 계란은 전량 회수·폐기됐다.
농식품부는 친환경 인증농가 가운데 허용 기준치를 넘지 않았지만, 살충제가 조금이라도 검출돼 인증 기준에 미달한 농가는 37곳이라고 밝혔다.
이들 농가까지 포함하면 살충제 성분이 조금이라도 검출된 곳은 총 86곳(친환경 농가 68개·일반농가 18개)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적합 판정을 받은 1천190개 농장의 계란은 즉시 시중 유통을 허용했다. 이는 전체 공급물량의 95.7%에 해당한다.
◇ "오늘부터 출하 계란 안전"…재검사 121곳 중 2곳서 살충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전수검사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돼 오늘부터 시중에 출하되는 모든 계란은 안전하므로 국민이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며 "그동안 불편과 걱정을 끼쳐드려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수조사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검사를 위한 시료채취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샘플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121곳에 대해 재검사를 실시해 이 중 2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총체적 부실 대응…총리 중심 협의체 구성,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정부는 이번 사태를 통해 친환경 인증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향후 친환경 인증기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적용하는 축산물 이력제를 닭고기와 계란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축산물 이력제는 축산물마다 고유 번호를 부여해 생산부터 국민이 소비할 때까지 전체 유통단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쇠고기와 돼지고기에만 적용하고 있다.
김 장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준비와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 원인이 닭 농장의 밀식사육 시스템에 있다고 보고 점차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 복지농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또 계란 안전관리 강화 등을 위해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부처간 이견 조정, 추가적 제도 개선, 협업을 위한 사항에 대한 조정 등 컨트롤타워 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살충제 계란'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이번 사태 발발 초기부터 마지막 날까지 늑장 대처와 반복되는 통계 오류, 농장명단과 계란 브랜드명 오기 등 '총체적 부실대응'으로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 서초구의 주부 A(48)씨는 "이번 사태를 통해 닭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알을 낳는지, 계란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알게 돼 불안했다"며 "정부의 대응이 이런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