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당국이 20대 모델 폭행 혐의를 받는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 여사에 대해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18일(현지시간) 남아공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남아공 경찰은 전날 그레이스 여사의 출국을 막기 위한 조치로 국경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그레이스 여사는 지난 13일 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북부 샌튼의 한 고급 호텔 객실에서 전기 기구용 연장 코드로 남아공 국적의 여성 모델 가브리엘라 엔젤스(20)를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엔젤스는 당시 자신의 친구와 함께 그레이스 여사의 아들 2명을 만나던 중이었다.
이번 폭행 사건 발생 후 그레이스 여사는 종적을 감췄으나 남아공 경찰은 그가 여전히 국내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레이스 여사의 폭행 연루건은 양국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짐바브웨 정부는 그레이스 여사의 외교 면책 특권을 남아공 정부에 요청했으나 남아공 법조계와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남아공의 주요 야당도 그레이스 여사를 체포하라고 요구했다.
폭행 피해자인 엔젤스의 변호인 역시 "면책 특권이 중범죄 기소를 피할 목적으로 이용될 수 없다"며 남아공 정부가 그에게 해당 특권을 제공 시 법적 다툼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짐바브웨 국영 매체는 지난주 그레이스 여사가 발목 치료차 남아공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폭행 연루 의혹이 제기된 뒤 그레이스 여사는 남편인 무가베 대통령과 함께 이번 주말 열릴 아프리카 남부 정상회담 참석차 남아공에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스 여사가 현재 외교관 여권 또는 일반 여권 중 어느 것을 소지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레이스 여사는 짐바브웨를 장기간 통치한 무가베 대통령의 뒤를 이을 잠재적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무가베 대통령은 그동안 누가 자신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는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고령으로 점점 더 쇠약해지면서 부인에게 많이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짐바브웨는 내년 대선을 치른다.
gogo21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