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2017 기후변화 산사태 현장 실태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기후변화로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등 자연보호구역의 산사태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2017 기후변화 산사태 현장실태 보고서'를 통해 2000년 이후 지리산 천왕봉을 중심으로 동부권역에 36번의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20일 밝혔다.
보고서는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하천 마을과 농경지를 중심으로 수해가 발생했으나, 이후 기상이변에 의한 집중호우가 빈번히 발생해 수해의 양상이 산사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 일대 두 곳에서 채석장보다 큰 산사태가 발생했다. 두 곳 모두 고도 1천700m 부근으로, 훼손 면적이 각각 1만105㎡, 2만9천898㎡에 이른다.
설악산의 경우 고도 1천634m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1만8천648㎡가 훼손됐다.
보고서는 또 2007년까지만 해도 주로 지리산과 설악산을 중심으로 산사태가 발생했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백두대간을 비롯한 보호구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대산 국립공원 등 스키장만 한 산림 훼손지가 10곳이나 발견됐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2010년을 기점으로 산사태 양상은 대형화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자연적 복구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로, 산사태 발생 지역은 여전히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기후변화로 아고산대(고산지대와 산지대 사이) 깃대종인 구상나무가 비 때문에 쓰러지는 경우가 급격히 늘면서 산사태가 더욱 가속화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깃대종은 생태·지리적 특성을 대표하는 생물 종을 뜻한다.
구상나무는 고산 침엽수로, 해발 1천200m 부근에서 서식한다. 고산 침엽수는 뿌리가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퍼지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 때에도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 탓에 집중적으로 비가 오면 구상나무가 자라는 곳은 일반 수목 지역보다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산림 생태계는 온대 기후대에서 적응해 왔는데 강우 양상이 아열대로 변하면서 산사태를 키우고 있다"며 "정부는 보호구역 산사태의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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