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연구 국제학술지 톈안먼사태 다룬 논문 300편 삭제

입력 2017-08-19 11:33  

중국연구 국제학술지 톈안먼사태 다룬 논문 300편 삭제

中당국 요구…中 학문자유 침해·논문 검열 강화 우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연구의 세계적 권위지인 '차이나 쿼터리'(The China Quarterly)가 중국 당국의 요구로 논문 300편을 삭제했다.

이 학술지의 편집인 팀 프링글은 최근 편집위원회에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요구로 차이나 쿼터리의 중국사이트(중국계간)에서 300편의 논문과 서평 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9일 보도했다.

삭제된 논문은 류쓰(6·4, 톈안먼사태), 티베트, 위구르, 문화대혁명, 위구르, 대만, 홍콩 등 중국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의제를 다루고 있는 것들이다. 1960년대 나온 명논문들도 포함돼 있다.

프링글 편집인은 차이나 쿼터리의 중국사이트가 폐쇄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들 논문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대 주관으로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CUP)가 1960년부터 계간으로 출간하는 차이나쿼터리는 근현대 중국과 대만의 인류학, 문학, 예술, 경제, 지리, 역사, 정치사회 등을 다루는 정통 학술지다. CUP는 1534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이기도 하다.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이 언론 검열과 인터넷 통제에 이어 외국의 학술지까지 검열을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 당국이 학문의 자유 영역까지 손을 뻗치며 학술 심사와 검열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차이나 쿼터리는 성명을 통해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학문의 자유 제한은 동떨어진 조치가 아니라 중국 사회의 공공 참여와 토론을 위축시키는 정책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사이트는 중국에서 접속은 가능하지만 상당수 논문이 삭제된 상태다. 사이트에서 톈안먼(天安門)을 검색하면 5개 논문만 찾을 수 있고 모두 1989년 톈안먼사태와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대학원생은 "차이나쿼터리 사이트에서 상당수 뛰어난 전자책도 선택할 수 있었으나 올해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후 전자책 목록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후 중국 대학가에서 이념적 통제가 강화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의 인터넷매체 '차이나디지털타임스'는 지난달 중국 당국이 영문 사회과학 학술 간행지를 심사해 중국 학자들이 이들 잡지에 '국가에 불리한 내용'을 발표하지 말도록 했다고 전했다.

중국 학자들이 자연과학 및 의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100여편이 허위의견 첨부 논란으로 무효 처리된데 이어 이번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검열 조치로 중국 학술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문사회 분야의 중국 학자들이 중국 당국의 검열을 우려해 국제학술지에 올려진 자신의 논문을 가려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이번 조치로 삭제된 300편 논문의 합본의 가격이 중국 내에서 천정부지로 뛸 것이라고 전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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