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불안감·동물권 확산으로 '채식동아리' 발족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계란 파동이요? 계란 안 먹어도 단백질을 보충할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요!"
고려대 채식동아리 '뿌리:침' 회장 이혜수(19) 씨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을 보면서도 우리는 불안에 떨 이유가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가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한 이유는 고기와 생선은 물론 계란·우유 등 동물을 통해 나온 음식까지 일절 먹지 않는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자)'이어서다.
최근 대학가에 채식동아리가 늘고 있다.
지난해 뿌리:침이 발족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연세대 '베지밀', 이화여대 '솔찬', 서울시립대 '베지쑥쑥'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교에 채식동아리가 새로 생겼다.
이처럼 대학에 채식 열풍이 부는 건 최근 육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퍼졌기 때문이다. 동물권 인식이 젊은 층에 빠르게 확산한 것도 한몫했다.
뿌리:침은 '베지 위크'라는 활동으로 가장 활발히 채식 확산을 선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4명이 한 팀을 꾸린 뒤 일주일마다 한 명씩 돌아가며 한 달간 채식하는 프로젝트다.
이혜수 씨는 "지구환경 전체로 보면 한 명이 한 달간 꾸준히 채식한 효과가 있고, 참여 학생들도 자기 차례 주간이 아니어도 채식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에게도 한 달 채식을 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과 참여 프로그램은 채식을 지향하는 대학생들이 혼자서만 채식을 시도하다가 포기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끔 돕는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그는 "흔히 건강이나 다이어트 때문에 채식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보통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면서 일종의 '신념'으로 하게 된다"면서 "육식 중심 사회이다 보니 공격적인 질문이나 훈계를 받는 등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연세대 베지밀을 만든 최민영(23) 씨도 이러한 불편을 겪은 경험이 동아리 발족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혼자 어려워하지 말고 같이 채식도 하고 정보나 의견도 나누자는 취지로 학우를 모았다"고 전했다.
"채식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동물권이나 생명권을 얘기하다 보니 채식주의를 하나의 사회운동이나 소수자 운동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적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이혜수 씨는 "육식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더니 치킨 사진이 댓글로 달렸다"면서 "채식주의가 '분리수거'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비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앞으로 대학가에서 채식 지향 활동을 더욱 확산시킬 목표를 세웠다. 대학교 채식동아리가 모인 '대학가 채식지향인 범네트워크'를 꾸려 교내 식당을 돌며 비건 옵션을 요청하고 '비건 굿즈' 등 콘텐츠도 생산할 계획이다.
당장 뿌리:침 회원을 중심으로 한 청년모임인 '노티 비건즈'(Naughty Vegans)는 20∼21일 양일간 저녁 압구정동의 한 선상 라운지에서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를 연다.
이 씨는 "술과 함께 비건을 위한 핫도그·바비큐·마카롱 등을 먹으면서 채식도 육류처럼 맛있게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자는 취지"라며 "채식을 금욕주의처럼 보는 편견도 깨기 위해 DJ와 함께 신나게 노는 파티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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