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형 정부 장단점 있어…여소야대에선 일상 국정마저 힘들 것"
"文대통령과 고위인사 진퇴도 속얘기…총리에 일상국정 책임 있어"
"'레드라인' 발언, 김정은에 멈추라는 뜻…외교·안보 한미소통 역대급"
"교육문제는 지나친 혁신 피해야…수능절대평가는 단계적으로 가야"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일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 이전에 대해 "다수 국민이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개헌 이슈에 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개헌하면서 헌법에 수도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 "(수도는) 헌법재판소에서도 관습헌법이라고 했다"면서 "국민 마음속에 행정기능의 상당 부분이 세종으로 가는 것까지는 용인하지만, 수도가 옮겨가는 걸 동의해줄까 의문"이라고 답했다.
이 총리는 또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혼합형 정부형태'에 대해 장단점이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현직 총리가 국회가 주도하는 개헌의 핵심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중립적으로 말하면, 국회 다수당에서 총리를 선출하게 되면 정부와 국회 간의 협치가 더 용이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이론상 있을 수 있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만약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르다 하면 우리 같은 정치 상황에서는 하루하루 일상 국정마저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다는 양면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리는 "국회가 국민과 함께 개헌안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대통령께서는 취임 100일 때 그게 안 되면 정부라도 개헌안을 만들어보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상황이 안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특징에 대해 '부지런하고 문제의식이 강한 정부'라고 평가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약점으로 '행정부와 국회의 협치가 기대만큼 원활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이 총리는 "다당제이고,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협치는 굉장히 무거운 과제"라며 "과거 '3김 시절'은 야당 지도자들이 리더십이 있고 경륜이 있어서 그런지 중요한 사안마다 전부 합의가 됐다. 잘하면 '3김 시절'의 황금분할 같은 협치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사건건 발목을 잡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 지도자의 리더십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 자체가 그때만큼 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짐"이라며 "청와대가 식사를 하자든가 하면 야당에서 흔쾌히 응해줬으면 좋겠다. 밥도 같이 먹고 거기서 또 할 말은 하고 그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책임총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성에 안 차는 부분도 있지만,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은 아니고 저의 역량부족 때문이다. 때로는 많이 자책하고 부끄러워한다"고 자평했다.
그는 국정을 세 가지 분야로 나눴다. 첫째로, 외교·안보·통일처럼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직할하는 분야가 있고, 두 번째로 내정이지만 대통령이 특별히 관심을 두고 챙기는 분야가 있다고 밝혔다. 문 정부에서는 일자리·4차산업혁명·저출산극복·균형발전이 두 번째 분야이며, 세 번째가 그 밖의 일상적인 국정이라고 이 총리는 설명했다.
이 총리는 "세 번째 분야의 일상적 국정은 총리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며 "정말로 책임있는 결론을 내리고 있느냐, 신속한 해결을 잘하고 있느냐 이런 점에서 책임총리의 역할을 하고자 몸부림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최근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해서도 "당연히 총리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최근 류영진 식약처장에게 '제대로 답변못할 거면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질책한 데 대해 "총리가 책임총리가 돼야 하듯이 장관도 책임장관이 되고, 모든 부처의 장들이 책임 부처장이 돼야 한다"며 "소관업무를 완전히 장악하고 어린이를 포함한 국민에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상태가 아니면 나서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지방재정과 관련한 행안부 보고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이러다 잔소리쟁이가 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행안부가 지방재정 확충방안을 가져왔는데 전례에서 크게 못 벗어나 있었다. 그걸 좀 따진 것"이라며 "전례답습주의만 가지고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가. 담대하고 획기적 발상 전환을 가져오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필요한 얘기는 다 한다. 흔히들 금기시했던 것도 얘기한다. 그렇게 해야 국정이 하나의 목소리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정부 고위인사의 진퇴에 대해서도 여쭈면 속마음을 얘기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이 진지한 분이기에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맞담배 피우고 같이 술 마시고 이런 식의 소통은 아니다"라며 "윗분이 진지하면 아랫사람도 크게 파격은 못 부린다. 나는 본래 약간 예능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웃음을 보였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본인을 총리로 지명한 데 대해 "호남 출신이라는 것을 많이 고려한 탕평인사의 일환"이라며 "호남총리로서 최근 여름휴가를 영남 3대 양반촌 및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실천한 임청각과 최부자집을 다녀왔다. 좋은 공부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차를 다 소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SNS에 휴가왔다고 글을 올리면 '이 와중에 휴가를 보내느냐'고 꾸지람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 눈치가 보인다. 소진하고자 노력하겠지만 장담은 못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총리 취임 후 '여니'라는 애칭이 붙은 데 대해 "젊은 여성이 오빠라고 부르는 것만큼이나 좋다"며 "진지하게 얘기하면 국민께서 친숙하게 대해주셔서 참으로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 회견 중 '북핵 레드라인' 발언 논란에 대해 "대통령도 모르지 않는다. 알면서도 그렇게 말한 것은 한·미 공통의 안보개념을 드러내고, 김정은에게 더는 나가지 말고 여기에서 멈추라는 최후통첩을 정치적으로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 미국과 북한의 밀약이 있다'는 풍문에 대해서는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을 때는 그걸 회피하고자 하는 지혜가 나오는 게 자연스럽지 않느냐"며 "그런 게 있더라도 한국 몰래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외교·안보라인의 한미간 소통, 협의는 매우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안보실장과 미국 안보보좌관, 우리 외교장관과 미국 국무장관이 아무 때나 통역 없이 통화하는 최초의 정부이지 않나. 공개되지 않은 게 훨씬 많다. 언론보도에 나온 것보다 훨씬 깊은 논의가 오간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의 오랜 철학이지만, 안보 상황이 일촉즉발로 가는데 지휘권을 두고 협상을 하면 국민 다수가 굉장히 불안해할 것"이라며 "긴박한 안보상황에서 시한까지 못 박고 쫓겨가듯이 협의를 하는 것은 이 시기에는 현명하지 않다"고 분명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밖에 지방분권 의제에 대해서는 "개헌 전에는 시도지사협의회에 대통령이나 총리가 참여해서 의견을 모으는 것을 정치적 의미에서 제2국무회의로 간주하고, 존중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나 싶다"며 "재원 배분·권한의 배분 측면에서 보면 중앙과 지방은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시도지사협의회와 힘을 모으면 상당한 정도까지 판판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능절대평가에 대해서는 "절대평가가 필요하다는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전면적으로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대학에서는 변별력이 없다 하고, 수험생과 학부모는 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91점과 100점을 똑같다고 쳤는데, 어쩌다가 91점은 시험에 붙고 100점은 떨어졌다 하면 과연 승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다른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수능절대평가는 단계적으로 가는 게 옳다"며 "교육문제에 관한 한 지나친 혁신은 피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투기가 재산증식의 유력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 그것 때문에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소득보다 집값이 마구 뛰어서 좌절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철학"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총량관리가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계선상에 놓인 수많은 서민의 개별적 고통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금융위원장한테 당부했다"며 "도덕적 해이·자본주의 질서 교란 등의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한계상황에 몰린 상환불능의 장기연체 소액채무는 사회가 탕감해 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의 온기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금융위에서 관련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공무원 증원에 대해서는 "소방·경찰·복지 등 오랫동안 일손부족으로 허덕이고 업무과 다로 고통받던 분야에 한해 증원하는 것"이라며 "9급 공무원을 조금 더 늘려 채용하는 게 많은 청년의 성향을 바꾼다거나 진로를 바꾼다고, 그렇게까지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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