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존 켈리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취임 3주 만에 백악관을 장악했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공보국장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정권 최고 실력자인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를 몰아내면서다.
해병대 대장 출신인 켈리 실장은 지난달 28일 경질된 라인스 프리버스의 후임으로 비서실장 자리를 꿰찬 뒤 내부 권력암투와 정보유출 등으로 '동물원'으로까지 불렸던 백악관의 질서를 회복하고 군기를 다잡는 데 일단 성공한 것이다.
전임자를 쫓아내며 좌충우돌한 스카라무치의 경질을 조건으로 실장직 카드를 받아들었던 켈리 실장은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와 국수주의, 우경화의 막후로 지목돼온 배넌마저 찍어냈다.
배넌은 자신이 걸어서 백악관을 나왔다고 주장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 등 미언론은 그의 경질은 켈리 실장의 작품이라고 전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배넌의 퇴출은 백악관이 켈리 비서실장 체제로 급속히 진화함을 보여준다"며 "켈리를 국토안보장관에서 비서실장으로 이동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백악관의 전환점으로 내부 권력투쟁과 정보유출에 휘말린 백악관의 규율과 질서를 잡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켈리 실장 체제에서는 비서 회의가 과거 매주 5차례에서 3차례로 줄었으며 회의 시간도 20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각 비서관이 켈리 실장을 전폭 지지하면서 그가 짧은 시간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하지만 켈리 실장 체제의 성공 여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누구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혈사태를 제대로 비난하지 않아 인종갈등에 기름을 붓는 등 여론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지만, 켈리 실장이 적절히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맞불세력을 싸잡아 "두 편에 다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는 지난 15일 기자회견 자리에 켈리 실장이 배석하기까지 했다.
켈리 실장의 측근인 롬 루니(플로리다) 하원의원은 "켈리가 웨스트윙(백악관 참모들의 집무동)에 질서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를 가장 큰 걸림돌로 들었다.
트럼프 정권 '설계사' 격인 배넌의 퇴출이 핵심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미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더 힐'에 "최근 공화당 기부자와 활동가들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을 버리면 안 된다는 요청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지지기반이 흔들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마냥 온건파인 켈리의 손만 들어줄 수는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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