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조정에도 매수자 실종…신규분양엔 수요 여전

입력 2017-08-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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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조정에도 매수자 실종…신규분양엔 수요 여전

중개업소들 "9월까진 '눈치보기 장세' 지속…집값 조정 불가피"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보름이 넘게 지나면서 재건축을 비롯한 기존 주택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매수자를 찾기 힘든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주머니 속 추가 부동산대책'까지 언급하며 집값을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거듭 드러내자, 매수자들은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거래를 미루는 모습이다.

20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평균 변동률(14일 조사 기준)은 -0.04%로 8·2 대책 이후 2주 연속 하락했다.

송파구(-0.14%), 성동구(-0.12%), 강동구(-0.11%), 서초구(-0.09%), 강남구(-0.08%), 양천구(-0.04%) 등 대책 발표 전 가격이 급등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구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일제히 떨어졌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었지만 매수세가 실종돼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가격이 내림세를 이어간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는 대책 발표 전 호가가 11억원까지 갔던 전용 130㎡ 매물이 10억5천만원으로 나왔으나 문의가 없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사정이 급한 분들은 집값을 약간 내려서라도 팔아달라고 하는데 요즘 매수는 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8억 원 초반대로 거래되던 매물이 1천만~2천만원 낮은 가격으로 나왔지만, 최근에 매수자들은 적극적인 매수 의사를 갖고 있기보다 가격 하락 폭을 체크만 하는 분위기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에서 드물게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한 전용 43㎡ 매물이 대책 발표 전 매매가(13억 원)보다 8천~9천만 원 떨어져서 나와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인근 중개업소가 분위기를 전했다.

개포동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는 "가격이 내려가도 거래가 안 되니 호가가 더 떨어지고 그렇다 보니 매수자들이 당분간 안 사겠다고 한다"며 "초강력 대책이 나와서 집값이 떨어질 것 같으니 지금은 '기다리는 시점'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서울 도시계획 위원회 정비계획안이 심의에서 반려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5천만원가량 내렸고,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도 매수세가 끊겨 2천500만~5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다만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조합 설립 후 3년여가 지나 예외적으로 매매가 가능한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대책 발표 전 15억7천만 원까지 거래됐던 전용 76㎡ 매물이 최근 1억6천만 원 내린 14억1천만 원에 나오자 거래가 성사됐다.

마찬가지로 예외 적용을 받아 거래에 숨통이 트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도 급매물이 소형 평형은 5천~7천만 원, 큰 평형은 9천만~1억2천만 원가량 떨어져 나왔고, 대책 발표 이후 10건 안팎의 매매가 이뤄졌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이 전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이런 분위기가 적어도 다음 달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북권의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집값이 오르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강하게 말했으니, 매수자들이 가격이 떨어질 것을 기대해 거래를 더 미룰 것 같다"며 "지금 이 분위기에서 솔직히 누가 거래에 나서겠나"라고 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 장세가 앞으로 최소 한 달은 갈 것 같다"며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력해서 이 상태가 오래갈 것 같고 10월 초 추석 연휴가 지나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는 매매가 막히고 이주 등으로 전·월세 거래도 중단돼 버려서 아예 부동산을 내놓겠다는 곳까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새 아파트 분양 시장에는 투기과열지구에 투기지역 지정까지 이중 규제가 적용됐더라도 입지 여건이 좋은 곳에는 예상을 깨고 대책 발표 전처럼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기존 아파트 시장에는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하며 '관망세'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분양 시장에는 열기가 식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SK건설이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분양한 '공덕 SK리더스뷰'는 지난 17일 1순위 청약접수 결과 195가구 모집에 6천739명이 몰려 평균 3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GS건설이 영등포구에 공급한 '신길센트럴자이'도 우여곡절 끝에 완판됐다.

이 단지는 당초 8·2 대책의 강화된 대출 규제가 소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3일 당첨자 발표 이후 혼선이 생겼으나 금융당국의 추가 가이드라인으로 소급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지난 15일 '내 집 마련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미계약세대 현장 추첨에 1천500여명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청약제도 개편이 마무리되고 가계부채, 주거복지 대책이 나오는 9월 이후 주택시장의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관망세가 형성돼 있지만, 추가로 가계부채 대책과 주거복지 대책까지 나오고 나면 시장의 흐름이 뚜렷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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