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체육교류, 남북관계 마중물 역할 '톡톡'

입력 2017-08-27 06:22  

[2018 평창] 체육교류, 남북관계 마중물 역할 '톡톡'

남북 첫 회담은 1963년 체육회담…1990년대 단일팀·동시입장 결실

인천·부산 아시안게임 남북관계 돌파구…北 평창 참가 주목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1963년 1월 24일 스위스 로잔에서 6·25 전쟁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남북 대표단이 마주 앉았다.

이듬해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전할지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팽팽한 냉전 구도 속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도 여의치 않던 시절, 체육 회담부터 열렸다는 건 체육이 정치나 군사 등에 비해 남북 모두 비교적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분야라는 걸 보여준다.

당시 로잔과 홍콩에서 잇단 남북 대표단 만남은 단일팀 구성의 결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도 단일팀 구성을 위한 회담이 여러 차례 열리는 등 국제스포츠행사는 남북이 마주앉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남북 체육교류가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은 건 1990년대 들어서다.

1990년 10월 남북 선수단이 서울과 평양에서 통일축구대회를 연 데 이어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는 단일팀 출전이 성사됐다.

당시 여자 단체전에서 남한의 현정화와 북한의 리분희가 앞장서 세계 최강 중국의 9연패를 저지하고 우승하면서 하나 된 남북의 저력을 과시했다.

우승이 결정되자 경기장의 선수와 임원은 물론 한국에서 가슴 졸이며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감격의 환호성을 질렀다. 분단과 대립에 익숙했던 남북이 체육교류를 통한 화합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같은 해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도 남북은 단일팀으로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이후로 단일팀 구성은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남북은 하계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종합스포츠대회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입장하는 모습으로 전 세계인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부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과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등 모두 9차례의 종합대회 개회식에서 공동입장이 성사됐다.




남북 체육교류는 단일팀 구성과 공동입장으로 하나의 민족임을 되새기게 하는 역할을 넘어 남북관계의 긴장을 완화시켜 다른 분야로 교류가 확대되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인천에서 열린 2014년 아시안게임이 대표적이다. 폐막식 당일 북한 선수단 격려를 명분으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비서 등 북한의 최고 실세 3인방이 전격 방남했다.

이들은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 마주 앉아 추가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악화 일로를 면치 못하던 남북관계에 한때나마 숨통이 트이는 극적인 계기가 됐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6월 제2연평해전으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었지만 북한은 유감을 표명하고 9월 열리는 부산아시안게임 참가에 합의했다.

정치와 무관한 체육분야의 교류가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수 정부 9년간 사실상 단절된 남북관계를 서로 큰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체육교류를 통해 복원해보자는 취지다.

체육교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위축된 상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는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국제 종합대회 차원의 공동입장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주 체육교류가 끊긴 건 아니다. 지난 4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 예선전을 위해 평양을 찾고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여자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강릉 땅을 밟는 등 명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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