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두아노의 일생 담은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로베르 두아노'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파리 시청 앞, 지나가는 인파 속에 키스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1950년대 미국 잡지 '라이프'에 실린 이 사진은 잡지 출간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30년 뒤 포스터로 만들어지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50만 장 이상의 포스터와 40만여 장의 우편엽서로 프린트돼 전 세계에 퍼져나간 이 사진은 실제로 지나가는 연인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연출된 것이다.
잡지사로부터 '파리 거리의 사랑하는 연인들'을 컨셉트로 한 사진을 의뢰받은 사진가 로베르 두아노는 연인이었던 두 남녀 배우를 데려다 키스신을 연출했다. 1950년대 당시 거리에서 키스하는 것은 프랑스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로베르 두아노'는 이 사진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진가 로베르 두아노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를 가까이서 지켜봐 온 손녀 클레망틴 드루디유가 연출을 맡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낸다.
7세에 고아가 되어 파리 외곽에서 외롭게 성장했던 소년 로베르 두아노가 이복형의 카메라를 받아 파리 길모퉁이 곳곳을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과정을 경쾌한 터치로 담아낸다.
"나는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의 풍경을 찍는다"고 말한 그는 피사체를 찾아 파리 곳곳을 휘젓고 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파블로 피카소, 이자벨 위페르, 쥘리에트 비노슈 등 당대 유명 인사들을 렌즈 속에 담기도 했지만, 그가 주로 모델로 삼은 것은 자신의 가족과 이웃, 파리 시민들이었다.
'낚시꾼 같은 인내심'을 사진가의 자질로 강조했던 그는 자신이 점찍은 배경과 구도 속에 피사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평범한 사람들의 가식 없는 일상 속 찰나를 포착해 렌즈 속에 담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인내심 덕분이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81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로베르 두아노의 삶과 예술을 일대기적으로 나열해 특별히 사진이나 두아노에게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면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 소장한 작품을 비롯해 그의 따뜻한 시선과 위트를 느낄 수 있는 수많은 흑백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또 그의 생전 인터뷰 영상과 가족과 지인 등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두아노의 삶과 예술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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