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가족·친지·군 동료 배웅…대전현충원 장사병 제4묘역서 영면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우리 아들 어떡해…아프지 말고 그곳에서 행복해야 해."
중부전선 최전방 군부대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폭발사고로 순직한 이태균(26) 상사와 정수연(22) 상병의 합동 안장식이 열린 21일, 대전현충원 하늘은 오후 들어 짙은 구름이 끼었다.
먹구름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인의 영현을 땅속에 묻는 하관·허토 작업이 시작되자 천둥소리와 함께 빗줄기를 쏟아 부었다.
두 살 난 아들을 꼭 안은 이 상사의 아내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이따금 아들에게 "아빠가 저기 있다"며 손가락으로 허토작업하는 곳을 가리켰다.
허토작업과 함께 봉분 다지기가 끝나자 평토제가 열렸다.
이 상사의 가족들은 손수 준비해온 음식으로 제사상을 차려 고인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술잔을 올린 이 상사의 아내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잠시 엄마 품을 떠난 두 살 난 아들이 엄마를 찾아 울음을 터트리자 일순간 정적이 일었다.
아이 울음소리 틈으로 억수 같이 퍼붓는 빗소리가 요란했다.
대전현충원 장사병 제4묘역, 이 상사가 잠든 자리 1.1m 옆으로 정수연 상병도 영면에 들어갔다.
친구의 손에 들려 묘역에 도착한 정 상병의 영정 사진 옆으로 국화꽃이 하나둘 쌓여갔다.
정 상병의 아버지는 "아들 이제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또 올게"라며 고인의 묘비를 쓰다듬었다.
가족들과 군 장병들은 차례로 한 명씩 헌화하며 고인에게 마지막 이별을 했다.
평토제를 마친 이 상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 앉아 끝내 서러운 울음을 터트렸다.
안장식 내내 말씀 한마디 없이 평토제를 지켜봤던 어머니는 묘비 앞에 쪼그리고 앉자 아들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아이고 우리 아들,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해야 해, 엄마 금방 또 올게"라고 말하며 흐느껴 울었다.
안장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자리를 뜰 무렵 행사 내내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빗줄기가 그치고 거짓말처럼 햇살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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